들밥
들밥
바야흐로 황금지절 이다
농지가 많은 여기 김제 만경평야의 들판은 황금의 절정이다
농사의 절정은 바로 가을추수
특히 쌀 농사는 농자의 근본이며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비록 경지가 적거나 소작 일지라도 가을벌판의 황금은 그것의 소유가 누구이던 모두가 배부르다
올해는 태풍이나 홍수 가뭄 피해도 없고 병충해도 적어 어느 해 보다 풍년이라 한다
그런데 그 풍년에 농민의 마음이 편치 않다고들 하니 마음이 아프다
아내와 산에 다녀올때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황금벌판에서 하나 둘 추수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문득 들판에서 일할 때 먹던 들밥이 생각났다
논농사의 최대행사는 모내기와 추수 때 이다
아무리 가난하여도 봄 모내기 때는 숨겨둔 나락을 찧어 갓 타작한 보리를 적당히 섞어 푸짐한 들밥을 내놓는다
특히 가을추수 때는 봄 농사 때와는 다르게 우선 쌀을 쉽게 구하기 때문에 햅쌀로 들밥을 짓는데 그 맛이란 반찬이 없어도 잘도 넘어간다
아내에게
“요즘 들에 일할 때 들밥을 내면 반찬은 어떤 것이 있는가”?
“아 그거야 가을칼치(갈치) 좋은 걸로 큼직하게 잘라넣고 무시(무우) 숭숭 썰어 지지면 최고지요
그기다 가을배추로 겉저리나 물김치 담으면 밥이야 절로 넘어가지”
아내는 옛날을 그리듯 신나게 이야기 하다가
“그런데 요즘은 들밥을 식당에서 시켜 먹는데요
기계가 추수를 하여 사람도 많이 필요 없지만 계약식으로 하니 밥을 작업하는 사람들이 자체 해결하여 식당밥이 들판에 배달되어 오고요..아무리 그렇지만 자기 논에 추수를 하는데 어찌 밥을 안 해주노..”
아내는 안타깝다는 말투다
“하기야 기계가 한 집만 보고 하는 것이 아니고 인근 논 모두 몰아서 하니 꼭 누구집에서 밥을 낼 수 없다는 이유도 있겠지…”
“하긴…..”
이제 들밥은 티비 오락프로에서나 나오는 창작 이야기 이거나,
식당간판에나 나올 만 한 전설이 될 것이다
연일 가을날씨가 좋아 추수하기 좋은 날이건만 아직도 추수 안한 논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다
춥거나 비 오기 전에 얼른 거둬야 할 터인데…..
2009.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