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치기 창작방

빨간 코트

김성조 2010. 12. 24. 20:31

빨간 코트

 

TV 연속극이 끝나고 체널을 돌리던 아내가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홈쇼핑 체널에서 한참 머물러 있었다

화면엔 여성용 겨울 코트를 소개하고 있었고 목도리와 장갑을 덤으로 준다 하였다

하나같이 예쁘고 늘씬한 모델들이 걸치고 나온 옷들은 다 좋아 보인다

그 가운데 빨간 바탕에 컬러와 손목을 흰털로 마무리한 모델이 특히 눈에 띄었는데 가까이 가서 가격을 보니 크게 부담가는  금액도 아니라서

사줘? 지금 신청하면 할인도 된다 하니…..”

? 히히! 내가 이 몸매에 그걸 입을 수 만 있어도 좋겠다

? 예전엔 참으로 잘 어울렸는데….

  그 빨간 코트 말이다"”

예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40년 전 쯤 인가 싶다

너는 빨리 물 지러 안가고 뭐하노 배추 너무 저려 지구마

동지를 몇 일 앞둔 쌀쌀한 날

우리집은 늦은 김장을 하느라 휴일날 나가지도 못한 나는 물을 길어오기 위해 물지게를 지고 동구 밖 공동 우물가로 향한다

우물은 동네 어귀 신작로 가에 있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은 제법 넓다

예전엔 이 길로 하루에 두 번 버스가 다녔는데 마을 일부가 공단부지에 들어가면서 찻길은 큰 동네 쪽에서 틀어서 바로 해안쪽으로 빠져 우리동네는 버스가 안들온다

그래서 우리마을에 들어 오려면 큰 마을의 교회 앞에서 내려 약 4km 는 걸어와야 한다

그 길은 논길을 건너 작은 다리를 건넌 다음 건너마을 우물가로 돌아 예전의 큰길로 들어서서 성황당이 있는 오목배기를 돌아 마을입구 첫 집 동포네 대나무 울타리를 돌아오면 우리마을이다

 

나는 아까부터 헛 드레박질을 하며 눈은 큰동네 쪽으로 두고 있었다

희야가 틀림없이 올 것인데..

내가 오라 소리 안 했어도 올 것인데

그 빨간 코트를 입고 말이다

작으마한 몸집에  허리가 잘룩한 그 코트를 입고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물지게를 두 번 져다 붓고 와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드레박을 풍덩 하고 우물에 쳐박어 넣어면서 끈을 이리저리 흔들어 물이 찬걸 확인하고 걷어올리며 다시 눈길을 큰 마을 쪽으로 보는데, 아 빨간 점하나 나타난다

희야일까?

빨간점은 논길을 지나 다리를 건너서 건너마을이 가려진 길로 숨어 버렸다

다시 성황당 앞으로 돌아나와  모습이 보일 때 까지는 한참 기다려야 한다

구멍이 뚫려 물이 반쯤 새는 두레박을 부지런히 걷어 올려 물통을 채우면서 한참을 기다려 성황당 앞을 돌아 나오는 그는 희야가 아니었다

빨간 스웨타를 입은 이웃집 아주머니 였다

실망한 나는 더욱 무거워진 것 같은 물지게를 지고 집으로 들어오니 동생이

오빠는 무슨 물을 그리 오래 길어 오노 빨리 물 여기다 부어줘 그런데 앞 우물로 갔드나? 그쪽은 먼데 마을뒤 농골 우물로 가지 와

알았어

나는 좀 힘이 빠진 모습으로 마을뒤 우물로 물지개를 지고 흔들 흔들 간다

그 우물은 마을뒷산아래에 우물로 물이 항상 넘치고 맛도 좋다

그러나 그기서는 동네로 들어 오는 길이 안 보인다

언능 물통이나 채워주고 나가 볼 궁리를 하며  힘겹게 대문을 들어서니

 

~!

집 마루옆 기둥에 걸린 눈에익은 빨간코트 하나....

내눈은 부지런히 여자들이 모여있는 부엌쪽으로 희야를 찾고

동생과 먼저 내눈과 마주 쳤는데 턱으로 앞에서 양념을 버무리고 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빙그시 웃는다

 


 

2010.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