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라면 솔길 김성조
내가 너라면비오는 창가에서
허전한 뒷모습을 내게 보이지 않을 것이며
내가 너라면
노을지는 들녘에서
고향 찾아가는 철새를 하염없이 바라보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너라면
봄꽃 흐드러지게 피는 날
젊은 날의 꽃 같은 세월을 아련해 하지는 않을 것이며
내가 너라면
낙엽 지는 가을 호숫가에서
바람에 날리는 갈대처럼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너라면
함박눈 소담하게 내리는 밤
부엉이 울음속에 묻어오는 적막함에 한숨짓지 않을 것이며
정말
내가 너라면
너를 바라보는 내 마음을
이리 아프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