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어느날 번개여행
가을 번개여행
설악이 단풍이 든단다
우째 맘이 싱숭생숭 하다.
추석 지나고 함께 올라온 아내는 주말도 혼자 있다
저럴걸 뭐 하려고 따라 왔는지 모르겠다
기껏 운동삼아 한진포구 한 바퀴 도는것 빼고..
나의 일이 주말이라고 쉴 수 있는 인력구조가 아니라 시간내기도 쉽지 않다
마침 내일이 공장 대보수일이라 조업이 없다
에라이 튀어라
퇴근 전 전화를 한다
"여행가방 좀 챙겨라 이따 떠날거다 동해로 가서 내일 돌아오는거로.."
"알았어요"
항상 그렇다
아낸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적이 없었다
그냥 나가면 좋단다
“밤엔 추울지 모르니 따뜻한 옷 좀 챙기고...”
오후4시에 출발하여 붐비지 않은 영동고속도로를 부지런히 달렸지만 대관령 휴게소에 이르니 어둡다
다시 동해고속도로 끝 지점인 양양을 나와 낙산사 해변에 투숙한다
월요일 이라 방은 많다
낙산해변가 비치모텔앞 프론트에 사람이 없어 종을 땡땡 치니 덕성스러운 할머니가 나와서 키를 들고 앞장선다
전자키가 아니고 구식이다
"키 주세요 제가 알아서 갈터이니.."
"아이고 그냥 따라와봐 보여 줄께 있어"
하시며 방까지 따라와서 문을 몇번 돌려 따 주고는 불을 켜지 말고 밖을 보라 한다
커텐을 걷으니 아 ~ 바로 바다가 코밑이다
이 기막힌 전망이 원래는 십만원 받아야 하는데 두 사람 인물이 좋아 4만원만 받는다고
“에이 할머니 주말도 아닌 오늘 같은 날 이것도 비싸죠”
"아니여 특별 스비스여"
“하하 예 고맙습니다”
할머니가 말을 걸고 싶어 머뭇거리다가 나가니 아내가
“할머니 웃겨”
요즘 귀한(?) 아날로그 TV 그것도 칙칙거리는 소리 들으며 프로야구 준 프레이오프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밖이 훤하다
“아 맞다 일출” 하며 커튼을 여니
세상에 이런 장관이
바로 방 정면으로 여명에 이어 해가 떠 오르고 있다
그것도 구름 한 점 없이 바다속에서 바로 올라온다
매해 연초에 새해일출을 보러 동해바다를 찾았지만 구름없이 이리 깨끗한 일출은 난생처음이었다
일출을 기다리느라 벌벌 떨지도 않고 침대에 누워서 말이다ㅎㅎ
숙소앞에 즐비하게 있는 식당가에서 황태 해장국으로 아침을 하고 낙산사를 찾았다
2005년 산불 이후 아직 복원작업이 계속 중이다
그때 불에 녹은 동종은 기념관에 보관중이고
의상대의 아름다운 모습은 오히려 마음이 찹착하다
낙산사를 둘러보고
오늘이 마침 양양오일장이라 하니
양양의 명물 송이버섯 구경이나 할는지 둘러보기로 한다
송이축제는 그제 주말에 끝났지만 오일장에는 있지 싶다
시골 오일장 답게 귀한 물건들이 많은 가운데 송이도 나와 있는데
가격표를 보니 감이 안온다
혹시 맛을 볼 수 있도록 한 뿌리만 구입할 수 없냐 하니
포장대기중인 상자에서 손가락만한 한 뿌리를 딸아이가 무게를 달더니 4,000원 이라 한다
그것도 고맙다 하고 받는데
잠시 자리를 비웠던 주인 아주머니께서 그광경을 보고는
“미안 합니다 그냥 드려야 하는데…”
그냥 받을 수는 없겠지만 웬지 가슴이 따뜻해 진다
이제 한계령을 넘을까 하다
여기까지 와서 대포항 회 한 접시 안 먹으면 섭섭할 것 같아 다시 대포항으로 올라간다
한계령 오르는 길은 아직 단풍이 이르고
해발 920의 한계령 휴게소에서 둘러보는 설악산은 이미 단풍이 마르고 있었다
단풍이 곱고 안 곱고는 자연이 만들어주는 선물
인간은 그냥 만사 감사 할 따름이다
2012.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