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연주회
여름밤의 연주회
칠월 칠석 전야제 야외음악회가 열렸다
무관중 공연이다
연미복을 멋지게 차려 입은 배불뚝이 지휘자가 연단에 올라
낫처럼 날카롭고 작두처럼 강하게 보이는 팔을 높이 들었다
머리는 역마름모 꼴로 덕이 없어 보이고
눈은 양 이마 쪽으로 튀어나와 따로따로 삼백 육십 도로 굴려가며
매서운 눈초리로 연주자들을 휘어잡는 듯하다
숨을 한번 고르고 지휘봉을 가볍게 내린다
크지만 가벼운 나래옷을 멋스럽게 펼친 첫 번째 연주자가 앞으로 나서며
맴 맴 맴
부드럽고 시원한 음이다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다른 파트를 향해 가볍게 느리게 내린다
다음 연주자는 작은 날개로 귀엽게
쓰 르르 쓰 르르 쓰 르르
다시 다른 방향으로 웃음을 먹으며 천천히 내린다
다음 연주자가 날개와 뒷다리를 켜며
귀뚜르 귀뚜르 귀뚜르
지휘자는 손가락에 동그라미를 만들며 기분 좋게 좀 더 크게 흔든다
맴 맴 쓰르 쓰르 귀뚜 귀뚜르
지휘자는 더욱 만족한 표현으로 입가를 쓱 훔치면서 지휘봉에 힘이 들어간다
연주가 점점 빨라진다
그런데 지휘보다 더 빠르게 나아간다
어느 파트가 끼어들었다
맴쓰귀뜨 맴쓰귀땝땝 쌥쌥쌥쌥 쐐~앵
툭 불거진 마름모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범인을 찾아보지만
무수한 수풀에 숨어 있는 연주자를 찾을 수 없다
그만! 그만!
지휘자는 지휘봉을 땅땅 치며 정지를 시키지만 연주는 그칠 줄 모른다
왜 쉼표에 쉬지 않느냐고
소용없다
우~~왕~~~
입에든 사탕을 뺏긴 아이처럼 악기들은 패악을 치고 있다
꾸와~~앙
고속열차가 지나간다
이젠 다른 연주자도 제각기 한 번에 지른다
꽈다당당 꾸다팅팅 꽤따르 퀙퀙 쒝쒝 쫴….액
이미 소리의 댐은 무너졌다
지휘자 살려줘요
귀를 막고 주저앉더니
연미복을 활짝 펴고 달이 진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그 뒤로 소리의 급행열차는 계속 지나가고
여음들이 뒤따라 간다
새벽이 오고 있다
연주자들도 악기를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