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태극종주

[스크랩] 우중 하산길의 자기성찰 (태극 8구간:왕등재-웅석봉)

김성조 2006. 8. 11. 08:31


우중 하산길의  자기성찰 (태극 8구간:왕등재-웅석봉)

 

한반도를 물 대포로 사격하듯

하늘에서 정조준 하여

남쪽으로 한방, 중부로 한방, 번갈아 가며 집중포화

천재니,인재니 떠들어 봐야 무슨 소용

그것이 인간의 한계인걸

나의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릴 수 밖에…

그러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는가?

 

연일 방송되는 호우주의보

당연히 입산은 통제

대체산행으로 태극 마지막 구간으로 남겨둔 왕등재-웅석봉을 가기로 함

그러나

취소자가 속출

그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강고문,박부회장,윤이사님,홍총무와 동호인 등

등산을 않으면서도 단체를 조금이라도 책임진 자로서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고맙다

 

지막리,지막골

호우 주의보가 무색할 정도로 날씨는 좋다

다만 비온 뒤 땅의 습기 때문에 엄청난 온실효과를 본다(?)

계곡은 충분한 수량으로 맑은 물을 쏟아내고

많은 비바람에 조금은 지쳐 보이지만 숲은 푸르기가 절정인 것 같고

어린 밤송이도 풍요한 가을 맞기에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는 듯,앙증맞게 매달려 있다

 

그 절정기의 숲 때문에 사람의 왕래가 잦지 않은 등산로는 끊기고 만다

드디어 길 없는 조릿대 숲

우리의 산행대장은 반바지에 반팔차림으로 길을 만들며, 마치 멧돼지가 길을 뚫듯 그야말로 저돌적으로 전진 또 전진 한다

뒤에서 따라가는 우리들은 그냥 그 길이 원래 길인 줄 알고 간다

누가 그 같은 일을 할 수 있으랴

그래서, 그의 입담은 상당히 싱빙성이 없으나(^^) 우리는 그를 좋아하고,오히려 그의 구수한 입담을 즐긴다.

드디어 10부 능선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정상적인 길을 만나 이제 마치 봄날 같은 화창한 등산로를 걷기도 한다

 

점심시간에 동호인 김태언 님이 애기보다 큰 수박을 배낭에서 꺼낸다

내가 수박을 매주 사보니까 얼마나 무거운지 그 무게를 안다

저 무거운 것을 지고 그 힘든 코스를

한 사람의 수고가 모두 즐겁게 하다니

그러나 그것이 과 했을까

오후 산행에서 그만 다리가 쥐가 나고 만다

이미 선발대는 보이지 않고,

염의장과 방종원 이사님의 긴급 수습으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원만한 진행은 어려워 보인다

다행이 선행팀이 기다려 주어

침을 가진 이가 김재옥님과 동호인 둘이나 있어 즉시 긴급 조치

금방 좋아 졌다

오늘 첨 본 동호인 인데 침을 배웟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엣날에 자기도 같은 일을 당하여 남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 응급에 필요한 침,약제등을 상시 지참하여 혹여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가 기쁘단다

 

웅석봉(1,099)

실질적인 배두대간의 마지막 봉우리

천왕봉에서 강을 가르며 여기까지 이어진다

그리 쉽게 우리에게 몸을 보일 거라 기대는 안 했지만

입산한지 6시간 만에 웅석봉에 오른다

가는 빗방울은 전망보기를 거부한 채로 서둘러 하산을 재촉하고

미끄럼을 타듯 급경사를 내려서니 임도가 있다

분명 임도는 거리가 멀 것이 뻔 하나 안전을 위해 임도를 택한다

 

기다려준 비는 주의보가 빗나가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쏟아진다

간단히 배낭만 조치하고 우의는 꺼내지도 않았다

이미 땀에 젖은 몸, 비에 젖을 것도 없기 때문이다

임도 갓길 배수로에 금새 도랑이 되어 흐른다

함께 걷던 박부회장 두팔을 들고 “아~좋다” 하며 마치 소녀처럼 팔짝 팔짝 뛰며 난리도 아니다

 

그러나 나는

아까부터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화두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

“희생과 봉사”

과연 진정한 희생과 봉사는 어떤 것일까?

남이 하는 좋은 일에 반대나 빈정대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부하는 것도 봉사일까

먼 발치에서 지켜보는 것도 간접적인 참여라 생각 했는데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남의 도움 받을 일도 미리 만들지 않고

그러고 사는게 부끄럼 없는 삶이라 했거늘

어찌이리 나를 괴롭히는고..

어쩌면 이것이 극단적인 이기주의 의 숨은 모습이 아닐는지

 

고백한다

나는 오늘 나를 보고 말았다

비열한 속내를

지막골 산행 초입때 이상용 대장이 후미 구조대장을 보겠냐구 제의를 했을 때 난 거절 했다

구조대장 이라는 직책이란 혹시 생기는 낙오자와 함께 목적지 까지 동행하는 임무다

오히려 핑계삼아 천천히 갈수 있어 좋을지 모르지만

후미라는 부담을 나는 선천적으로 싫어한다

그렇다구 일등을 하느냐 하면 그것은 더욱 못 할일

언제나 이눈치 저눈치 에서 사각지대인 중간을  선호하는 기회주의자 인 샘이다

 

결국 구조대장은 없이 함께 어우러져 가는데,

갑자기 김맹자 이사의 페이스가 떨어진다

아침에 지각을 하여 그 놀란 심장이 진정이 안 된다는 거였다

언제나 앞서서 움직이던 그가 지각이라니……그 낭패감이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아직 산행은 시작도 안 했는데……

사진을 찍느라 조금 쳐진 나는 뒤에 서있는 김이사 둘 수 없어 페이스를 맞추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구조대장 임무를 띄게 된다

그러나 김이사는 여기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내 비쳤다

이미 버스는 떠났는데

난 순간 이정도 라면 미리 돌아 가는게 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앞 대장에게 전화를 누르니 불통.

다행이 선발팀이 등산로를 찾느라 기다리는 틈에 합류하여 슬쩍 김이사를 끼워넣고 말았다

그러고 나는 중간치로 줄행랑

시간이 갈수록 김이사는 원기를 찾아 제 페이스를 찾아 무사히 산행을 마쳤건만

어찌이리 마음이 무거운고..

 

김태언 동호인이 다리땜에 모두가 시간을 지체하여 마음들이 무거울 때 바람따라님은 노래 한자락으로 모두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그 상황에서 노래라니.. 난 지금도 생각하면 코끝이 찡한다

맨살에 회를 치고도 웃으며 앞선 이상용 대장

남의 배낭을 메고 환자를 부축하면서도 이꽃 저꽃, 이나물 저풀 물을 때 마다 해박하게 풀어내는 방이사,

남에게 도움이 줄까 싶어서 비상약품을 갖고 다닌다는 김재옥 이사와 어떤 동호인분,

산행도 안을 심사 이면서도 기꺼이 버스 산행에 참여한 다섯분들….

난 오늘,

남들이 모두 잘못 알고 있는 마누라 챙기기도 못했다

오히려 미끄러지지는 않을까 하는 마누라에게 걱정만 줬을 뿐….

 

비야 더 내려라

제발 나에게만 퍼부어라

오욕에 가득찬 이 맘을 싯어 가렴아

신발속에서 북적거리는 땟물보다 더러운 이 심뽀를…….

출처 : 킬리만자로산학회
글쓴이 : 카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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