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어린날의 어른

김성조 2006. 8. 12. 22:46

어린이날의 어른

2003.5.5

5월1일 근로자의 날 이후 주5일 격주 휴무로 인한 토요일에 이어 어제는 일요일,

오늘 다시 어린이 날이라고 또 휴일이다.

달력의 빨간날 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30년 세월 이어서 그런지 괜히 미안해 진다

이렇게 놀아도 경제는 돌아가는지...

생산현장에서 교대근무 할때는 공휴일에 쉬면 회사가 문을 닫는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집엔 어린이가 없다. 우리또랜 모두 그럴거다

그래도 논다

놀아도 월급은 준다

그래서 또 미안하다

 

전국의 행락 차량이 고속도를 가득 메웠다고 난리다

이틀동안 울산 포항 갔다 왔으니 그냥 있을까?

아내의 눈치를 보니 그럼 그냥 하루종일 누워 잘까? 한다

에라 우리도 끼자.

 

광양에서 가까운 담양에서 대나무 축제를 오늘까지 하므로 한번 가보자.

늦어면 차 밀릴 꺼라고 서둘러 나섰다

담양으로 들어가는 길은 광양 순천쪽에서는 호남고속도의 옥과 IC 에서 15호 국도로, 포항이나 광주쪽에서는 88 고속도가 바로 이어진다

담양으로 이르는 국도변은 가로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측백나무 같기도 하고,자작나무 같기도 하여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메타 세콰이어 라는 외래종 이다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인 요세미테 공원도 바로 이 메타 세콰이어 나무들을 보존하기 위해 1890년에 지정됐단다.

담양의 나무들은 1970년대 초반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 당시 내무부의 시범가로로 지정되면서 3-4년 짜리 묘목을 심은 것이 현재에 이른 것이라고 한다

국도를 확장하고 있었지만 가로수 거리를 살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담양의 특산물은 뭐니 뭐니 해도 대나무 인데, 요즘은 값싼 동남아 산 때문에 수지를 맞출수가 없고 지금은 수공예를 하려고 하는 이도 없다 한다.

특별히 축제라 하여 기능을 보유하고 계신 어르신들이 여러가지 제작과정을 시연하고 계셨다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 대통술을 파는 곳인데 우선 시음을 할 수 있기 때문인가^^

술은 통 대나무 마디 속에 들어 있는데 집에 두고 자랑 하려 했더니

매장의 안내양 말씀이 15일 내에 드시지 않는다면 대나무가 술을 흡수 하여 빈 통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 아니 그럼 생 대나무에 방금 술을 부어 왔다는 말씀이 아닌감?

 

 

우쨌던 대나무속에 있으니 대통주는 맞지뭐.

동남아 팀에서 대나무 악기관련 공연이 있다 기에 관심은 갔지만 작열하는 태양아래 아내를 세워 둘 수가 없어 드라이브나 하기로 했다.

 

담양과 경계를 하고 있는 순창군 사이에는 담양호를 끼고 추월산,강천산, 산성산 등 아름다운 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영산강의 발원지인 가마골 용소폭포도 주위에 있다

점심은 담양호를 돌면서 근사한 곳에서 먹기로 하고 29호 국도를 타고 추월산 쪽으로 향했다

 

담양호에 낚시 하러 가는 가족이 있었는데 초등학생 으로 보이는 자녀가 둘이 저마다 적당한 짐을 메고 비탈길을 내려가고 있었는데

저거 아이들이 좋아할까? 아마 아버지가 자기 좋아하는 데로 끌고 가면서 애들 고생시키는 건 아님감

그럴지도 모르지 한국의 남성들 집사람 배려할 줄 아나 뭐

공연히 불똥이 엉뚱하게 번질 징조다.

사실 그랬다

집에 있을 때는 아내와 대화 할 시간이 별로 없다. 시간이 없다기 보다 대화의 공유가 없다

아내가 먼저 꺼내는 주재는 집안 이야기라 들어서 즐거운 건 별로 없으니 건성으로 .응 하면서 신문이든 인터넷에 뭍혀 버린다.

그래서 이렇게 여행을 하면 자연히 대화가 터면서 서로의 관심사 이던지 서로 소흘했던 점들을 이야기 하다 보면 더러는 삐지기도 하지만 대개는 반성하는 부분이 많다

GLS과정 COUNSELING 시간에 상담사 말씀이 나의 성격이 ISTJ 형 이라는데 내향적이고 논리적인 성격으로 너무 따지고 하여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수긍이 간다

감독자로 임명된 지 약20 여년 동안 많은 사람들 중 상처 받았을 이의 얼굴을 떠 올리다가 문득 아내의 얼굴이 떠 오르는 순간,

. 그랬었구나

그래서 대화도중 입을 닫아 버렸구나

아니 참았었구나

난 조그만 승리감에 자만하는 나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꼈을까

아니면 상종 못할 사람이라고 속으로 못박고 있었을까

소위 사투리로 깬작 깬작 하는 꼴이라고 얼마나 흉을 봤을까..

 

793호 지방도를 타고 강천사 입구 24호 국도와 만나는 삼거리 지점에 잘하는 순두부 집이 있어 여기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한무리의 가족이 들어 섰다 모두들 시선이 일제히 그 쪽으로 쏠리고 있어 돌아보니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중에는 할머니를 안고 들어오는 아들이 있었다

할머니는 수술을 했는지 신장계통 병이 있는지 모르지만 옆구리에 줄과 소변통을 달고 있었다

할머니를 옆에 누이시고 아들은 무릅을 베이고는 순두부 한 조각을 떠 먹이시는데 할머니 표정이 밝아 보였고, 할머니 맛있지요 하면서 손주들이 웃고 있었다

방금 퇴원하는 길이라면 여기까지는 올리가 없으니 아마도 장기 환자를 두고 어린이 날이라고 애들만 데리고 나갈 수 없으니 함께 바람쇠러 나왔으리라 생각을 해본다

할머니 께서는 장성한 아들도 역시 어린이 이지.

 

월간지 샘터 편집장이신 고 정채봉 님이 역으신 책 작은 이야기 의 내용중에 어떤 공군장교의 어머니께서 등창이 나서 바로 눕지도 못하고 옆으로만 누워계시는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어머니 많이 아프시죠

그래 천번 죽었다 깨어날 만치 아프구나, 그렇지만 너희들 마음 보다야 아프겠느냐

하시는 말씀이 돌아가신 후에도 언제나 가슴에 남아 있었다는 글을 읽고 많이 울었었다

사랑과 배려의 극치가 아니고 무엇이랴

저 누워 계시는 노인은 아들이 효도를 할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즐거울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어머니와 장모님도 고향에 계신다

그저께 미리 다녀온 것으로 의무(?) 완료 했다고 이렇게 우리끼리 다니고 있다

그것도 어머니를 뵈러 간 것이 아니고 포항에 볼일 보러 가면서 겸사 겸사해서 들리면서 스케쥴에 끼워 넣기로 말이다.

 

오늘 어린이날

나는 어린이가 되어 어머니를 생각해 봤다

늙으면 어린이가 된다는데

나도 어린이처럼 될 수 있을까. 끝

 

200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