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마음을 지키는 일(여유당 전서 /정약용)

김성조 2006. 11. 18. 16:16

 

수오재(守吾齋) 이야기

- 정약용의 여유당전서를 읽고 있는데요 그내용이 너무나 마음에 닿아 다들 아시는 내용이지만 한번 더 자신을 돌아봄이 좋을것 같아 여기에 올립니다-

 

 

 

 

수오재(守吾齋)라는 이름은 큰형님이 그 집에다 붙인 이름이다.

나는 처음에 (이 이름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나와 굳게 맺어져 있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물 가운데 나(吾)보다 더 절실한 것은 없다.

그러니 굳이 지키지 않더라도 어디로 가겠는가. 이상한 이름이다.”

내가 장기로 귀양 온 뒤에 혼자 지내면서 잘 생각해 보다가 하루는 갑자기 이 의문점에 대해서 해답을 얻게 되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이렇게 스스로 말하였다.

  “천하 만물 가운데 지킬 것은 하나도 없지만, 오직 나(吾)만은 지켜야 한다. 내 밭을 지고 달아날 자가 있는가. 집도 지킬 필요가 없다. 내 정원의 여러 가지 꽃나무나 과일나무들을 뽑아 갈 자가 있는가.

그 뿌리는 땅속에 깊이 박혔다. 내 책을 훔쳐 없앨 자가 있는가. 성현의 경전(經傳)이 세상에 퍼져 물이나 불처럼 흔한데, 누가 능히 없앨 수가 있겠는가. 내 옷이나 양식을 훔쳐서 나를 군색하게 하겠는가. 천하에 있는 실이 모두 내가 입을 옷이며, 천하에 있는 곡식이 모두 내가 먹을 양식이다. 도둑이 비록 훔쳐 간대야 한두 개에 지나지 않을 테니, 천하의 모든 옷과 곡식을 없앨 수 있으랴. 그러니 천하 만물은 모두 지킬 필요가 없다.

 그런데 오직 나(吾)라는 것만은 잘 달아나서 , 드나드는데 일정한 법칙이 없다.

아주 친밀하게 붙어 있어서 서로 배반하지 못할 것 같다가도,

잠시 살피지 않으면 어디든지 못 가는 곳이 없다.

이익으로 꾀면 떠나가고,

위험과 재앙이 겁을 주어도 떠나간다.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만 들어도 떠나가며,

눈썹이 새까맣고 이가 하얀 미인의 요염스러운 모습만 보아도 떠나간다.

한 번 가면 돌아올 줄을 몰라서, 붙잡아 만류할 수가 없다.

그러니 천하에 나(吾)보다 더 잃어버리기 쉬운 것은 없다.

어찌 실과 끈으로 매고 빗장과 자물쇠로 잠가서 나를 굳게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맹자가

“무엇을 지키는 것이 큰가? 몸을 지키는 것이 크다.” 고 하였으니,

이 말씀이 진실하다.

내가 스스로 말한 내용을 써서 큰형님께 보이고, 수오재의 기(記)로 삼는다


부산 동백섬 안개속의 누리마루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