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핑게 있는 여행(고창 미당 시문학관)

김성조 2007. 8. 25. 09:03

<85 세에 돌아가셨으니,

  84세에 쓴 글이 이렇게 바른걸 보면 얼마나 정신이 맑았을꼬...> 

 

 핑게 있는 여행(고창 미당 시문학관)

2007. 8.24

 

아내 : " 울산에 고추 사서 보낼까요? "

나    : " ......."

아내 : " 왜 말안해? 사 주라는 뜻인가? ^^ "

나    : " 어차피 우리도 사야 되잖어 "

아내 : " 우리야 뭐 쬐금만 사면 되고.."

나    : " 그럼 내일 갈까?  일찍 나서서, 영광가서 굴비도 사고, 학원농장가서 메밀도 보고,

           풍천장어도 먹고..."

 

이래서 연례행사로 우리는 고창으로 간다

고창은 고추 생산도 많이 하지만

고추시장이 더욱 유명하여 전국에서 모인다

 

동생들이 식당을 하니 여러가지 양념이야 많을수록 좋다

내가 농사를 짓는건 아니지만 아마도 여기서 구입하면 품질도 좋고 가격도 좋다는 핑게로 보내준다

 

사실 이것이 진짜 핑게가 아니고

내 꿍꿍이는 따로 있다

직장 다닐때 라면야  쉬는날 후다닥 떠날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금전적인 계산을 해야 한다

그러하니 이런 핑게가 얼마나 요긴한가 ^^

 

고창 단골 가게에 가면 뚱뗑이 부부와 아들이 고추 장사를 하는데, 창고가 부족하여 실어온 차에서 바로 판매도 한다

금년은 일기가 불순하여 가격이 비쌀 거라는 염려를 하였으나

오히려 예상치보다 1~2,000원 싸서(1근에 4,500원)

120 근을 샀으니 약 100,000원 이상 절감,

자동차 기름값은 빠진다 ㅋㅋ

그러나 그것이 생돈으로 떨어지면야 정말 남는거지만

어차피 우리가 들여야 할 돈이 덜 드니 수지가 아닐까? ^^

 

가까이 있는 법성포로 가서 굴비 몇두름 사서 실으니

고추와 굴비 냄세가 뒤섞여

차안은 적당한 찌게냄세가 난다 ^^

 

마누란 물건 고르고 가격 깍느라 지체를 하지만

난 마음이 바쁘다

학원농장 때문이다

메밀이 피었을까?

아님 해바라기 밭이라도 있을까?

 

 <이 너른 황토밭엔 메밀씨앗이 뿌려져 있을것이다 >

 

  

 

공음면에 있는 학원농장은 아직 메밀꽃이 이르고 

다행이 해바라기 밭은 남아 있었다

그러나 무더운 뙤약볕에 지아무리 해바라기라도 해가 징그럽다 싶을 정도로 조금 움직이니 땀이 물흐듯 흐른다

크다란 사진 장비를 한짐 들고온 어떤 사진사는  열심히 엥글을 맞추는데

그의 부인은 그늘에 앉아 따분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우리 마누라라고 다를게 없었다

 <이제 이곳까지 검은 밭으로 변하고...>

 

 <분교를 군에서 사들여 문학관으로 개설>

 

여기까지 왔으니 풍천장어로 점심을 하기위해 22호 국도를 타고 선운사로 오는길목에

"미당 시문학기념관"이 보인다

여러번 이곳을 지나 왔지만 그냥 지나쳐서 오늘은 답방 해야겠다

일단 점심을 먹고

22호 국도로 영광쪽으로 1km 쯤 가면 다리건너 우측마을로 들어간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고향이자 영면지인 고창군 부안읍 선운리 마을이다. 
생가와 묘역 근처에 있어서 더욱 뜻 깊은 공간이다.
게다가 폐교된 선운초등학교 봉암분교를 새롭게 단장하여 지었으므로 친환경과  배움의 건축미학을 지향하고 있다 한다.

 

 

 <병원에서 마지막 까지 신으셨던 고무신>

 

 

 

초등학교 답게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그의 유품과 시들이 2,000 여점 전시되어 있다

친필 글씨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말이 그 시대에 탄생했단 말인가?

그러하니 지금의 시인들이 써 먹을 말이 없어 전전긍긍 하지 않을까 싶다 ^^

어느 시인이자 방송인이 그랬다지?

"명색이 방송인인 내가 쓰는 말은 미당님 앞에서는 이다도시 (방송인) 수준 이라고..."

 

 

 

 

 

다른방에

미당의 또 다른 면 친일파 글들이 있었다

난 얼른 지나치고 만다

광주 학생사건으로 항일운동 하다 고보에서 퇴학까지 당한 그가

그 시절에 글쓰는 이의 마음은 어땠는지

그의 시 "자화상" 에 언듯 비친다

"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4층에 전망대라 하여 올라가면

산과 바다, 변산반도와 곰소만, 그리고 이들을 배경으로 아름답고 넉넉하게 자리잡은 질마재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2004년부터 마을 일대에 국화꽃을 심어  10월 하순이 되면 묘역 근처에 조성된 국화꽃밭에서는 미당의 대표시 <국화 옆에서>의 그 노오란 국화꽃 수억 송이가 일제히 피기 시작한다고 하는데

가을에 꼭 와 봐야 겠다 

 

 <산이름을 적은 원고지>

  

전시관에 산(山)사진 들이 많이 걸려있어 미당이 등산을 하였나 하였는데

말년에 산이름을 외우고 있었다 한다

원고지에 200장 분량을 직접쓰서 1987 년부터 시작하여 1990년 9월까지 완성을 하였는데

무려 1,625 개의 산이라 한다

물론 산의 높이도 정확히 외웠다 한다

매일 아침 염불을 하드시 외우고 있었다면

그의 말씀처럼

산신령이 친구가 되고도 남았을터

에베레스트를 4천번이상 오른이는 미당 뿐일것이다

눈을 감고 산이름을 외우며 그산을 떠 올리면 "조국의 해뜨는 아침을 함께 꿈꾼다" 고 했다는데

어쩜 어두운 시절에 대한 자기성찰이 아닐런지....

나도 이제부터 한국의 산이라도 외우고 또 밟아 봐야 겠다

 

선운사에서 정읍으로 돌아 나오는길은 도로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순천까지 1시간 반 만에 도착이 된다

 

 

 <동인들의 방문록>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울 마누라..^^>

 

 

  

 

 

 

 

 

    

 

 <생가>

 

 <생가에서 문학관으로 가는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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