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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연대기

청보리밭으로 잘 알려진 어느농장보리 수확 끝난 더 넓은 밭에메밀꽃구름이 눈 온 듯 내려앉았다구경 온 젊은 연인들‘아, 이게 청보리구나. 이쁘다!’ 뒤통수가 멍했다보리를 모르다니메밀이야 모를 수도 있지그 많은 보리밥집은 무엇을 먹는지 궁금이나 했을까그것도 청보리라니 생소할 수도 있겠다 종다리 하늘 높이 우짖는 보리밭 사이 하굣길밭둑의 삐기 하늘거리는 꽃이 아깝기만 하고배는 고픈데 아무도 없는 집안살강 위 대소쿠리 삼배보자기 들추고한 주먹 씹어보는삶은 보리쌀의 억센 추억니들이 보리맛을 알아?

얼치기 창작방 2025.06.05

스뎅그릇

스뎅그릇 신문에 끼워 온 광고지에 그릇 가게가 망해서 정리한다는 내용이 있었다.아내에게 슬쩍 보여주며 “그릇 가게 떨이행사한다네. 가볼까?” “뭐 그릇 없어 밥 못 먹냐.”하며 시큰둥한 표정이다. “아니 뭐 필요한 거나 좋은 거 있을지 알아?” “뭐가 필요한데? 그럼 혼자 가 보시던지.”사실 나도 그릇점에 가고 싶을 만치 부엌살림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얼 사 모으고 하는 쪽으로는 취미도 없다.그러나 내가 그릇이라는 단어에 이리 꽂히는 것은지난날 아내가 푸념같이 했던 말 한 마디가 내 가슴에 꽂혀 사건 현장 지문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신혼 초 시골 본가에 있을 때 어느 해 명절차례에 쓸 그릇을 준비하던 아내는 닦던 수세미를 툭 던지면서“아~ 찬장에 그릇 질 대로 소복소복 쌓아놓고, 장농에 철 ..

얼치기 창작방 2025.06.05

너의 췌장을 먹고싶다

너의 췌장을 먹고싶다* 무릎 관절이 안좋다는 최영감 도가니탕을 열심히 먹고간이 안좋아 늘 옆구리 집고 살던 문여사국밥에서 열심히 간을 건져 먹는다는데 담낭이 안좋은 나는 곰쓸개를 찾아 해매인다만나로인해 마음에 상처만 쌓인 너에게 나의 염통을 내어 창가에 걸어 놓는다 가져 가거라 *”우시지마 신이치로” 감독의 영화 제목

얼치기 창작방 2025.06.05

칼을 갈아라

칼을 갈다 어느날 부엌에서 아내의 도마소리가 크게 들리면목 움츠리지 말고가만히 칼을 갈아 주어라한 번 칠걸 두 번 치면 화는 배로 는다괜히 얻어 맞는 도마는 무슨 죄 무얼 거들라고뒤에서 서성거리지 마라고무장갑 낄 것 까지 없다괜히 숨기려는 것까지 들통난다 칼만 잘들게 갈아 놓으면도마소리가 낮아지고쓰윽 쓰윽 쓰르라미 소리처럼 공기가 부드럽다 돕고 싶다면쓱싹 쓱싹그리고 조용히칼을 갈아 놓아라 칼가는 돌이 외 숫돌이겠나남자가 해 주라는 뜻이다 마저작침(磨杵作針) 의 심정으로

얼치기 창작방 2025.06.05

가거도 민박집 선미씨

파도가 심하여 발이묶인 낚시꾼을 옆에두고돌돔 매운탕을 끓이는데자기도 한때 서울서 꿈많고여리기가 코스모스 같았던 아가씨였다고식칼로 돌돔 대가리를 꽝 찍어 놓은체하얗게 뒤집어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딱 보기에 뱃사람 같았지만 착하게 보여일을 부탁 했더니군소리 없고 끝도 야무졌다이물없이 자꾸 시키자니서울 깍쟁이에게도 미안한 맘있어차 한 잔 하자 했다  한 두 번도 아니고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다른곳을 돌아 봤어나모른척, 혹은 알고도 돌려 버리는 등들씁쓸한 맘으로 돌아보면늘 가까운곳에 있더 그다시 차 한 잔이 미안해 밥을 먹었다  한 두 번 먹던 밥을 삼시세끼 함께 먹기로 했다미뤄둔 휴가를 멀리 섬여행 가기로 하여목포에서 배타고 4시간도 더 달려바위로만 생긴 섬에 닿으니 가거도라예약했다는 민박집이라고 들어가는데 ..

카테고리 없음 2025.02.16

오빠야

어릴 때 칠순 지난 큰고모가 친정에 오시면아버지에게오빠 오빠참으로 신기했다어른들에게도 무슨 오빠가 있을까코흘리개 기집애들이 떼 쓸 때나 있지   고향 친구 부친상늙은 상주 옆에연락도 없이 지냈던 친구 동생이오빠야상복치마가 눈가로 올라간다  니가 누고 화자구나많이 컸구나 할 수도 없고많이 늙었구나 하기는 더욱 어려워침묵의 회상에 젖는다  동네에서 유일하게기타 치고 하모니카 불며꺼덕거릴 때오빠야 오빠야 하고따라다니던 그 동생 다 늙은 할매에게도오빠야는 있구나 아프게도

얼치기 창작방 2025.02.16

Kiss Day

Kiss Day 7월 6일이 국제 키스 날 이라 한다지난달 14일도 Kiss Day라 하더니어째서 이런날들을 정했을까달거리 하듯 주기가 있는가  세상에 의미없는 입술이 난무 하니정해준 날에만 맞추라는 건지아니면 너무 무심들하니 이날만 이라도 하라는 건지   연필심 돌려가며 침 살짝 묻혀편지지에 도장찍듯꼭꼭 마음 적어넣고  뛰는 가슴 지그시 누르며우표딱지에 삥둘러 침 차근히 발라 꾹 눌러서우체통 머리잡고빨간 입속으로 쑤욱 넣어주고는  황망히 뛰어오던그날이 첫 Kiss Day

얼치기 창작방 2025.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