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778

가거도 민박집 선미씨

파도가 심하여 발이묶인 낚시꾼을 옆에두고돌돔 매운탕을 끓이는데자기도 한때 서울서 꿈많고여리기가 코스모스 같았던 아가씨였다고식칼로 돌돔 대가리를 꽝 찍어 놓은체하얗게 뒤집어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딱 보기에 뱃사람 같았지만 착하게 보여일을 부탁 했더니군소리 없고 끝도 야무졌다이물없이 자꾸 시키자니서울 깍쟁이에게도 미안한 맘있어차 한 잔 하자 했다  한 두 번도 아니고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다른곳을 돌아 봤어나모른척, 혹은 알고도 돌려 버리는 등들씁쓸한 맘으로 돌아보면늘 가까운곳에 있더 그다시 차 한 잔이 미안해 밥을 먹었다  한 두 번 먹던 밥을 삼시세끼 함께 먹기로 했다미뤄둔 휴가를 멀리 섬여행 가기로 하여목포에서 배타고 4시간도 더 달려바위로만 생긴 섬에 닿으니 가거도라예약했다는 민박집이라고 들어가는데 ..

카테고리 없음 2025.02.16

오빠야

어릴 때 칠순 지난 큰고모가 친정에 오시면아버지에게오빠 오빠참으로 신기했다어른들에게도 무슨 오빠가 있을까코흘리개 기집애들이 떼 쓸 때나 있지   고향 친구 부친상늙은 상주 옆에연락도 없이 지냈던 친구 동생이오빠야상복치마가 눈가로 올라간다  니가 누고 화자구나많이 컸구나 할 수도 없고많이 늙었구나 하기는 더욱 어려워침묵의 회상에 젖는다  동네에서 유일하게기타 치고 하모니카 불며꺼덕거릴 때오빠야 오빠야 하고따라다니던 그 동생 다 늙은 할매에게도오빠야는 있구나 아프게도

얼치기 창작방 2025.02.16

Kiss Day

Kiss Day 7월 6일이 국제 키스 날 이라 한다지난달 14일도 Kiss Day라 하더니어째서 이런날들을 정했을까달거리 하듯 주기가 있는가  세상에 의미없는 입술이 난무 하니정해준 날에만 맞추라는 건지아니면 너무 무심들하니 이날만 이라도 하라는 건지   연필심 돌려가며 침 살짝 묻혀편지지에 도장찍듯꼭꼭 마음 적어넣고  뛰는 가슴 지그시 누르며우표딱지에 삥둘러 침 차근히 발라 꾹 눌러서우체통 머리잡고빨간 입속으로 쑤욱 넣어주고는  황망히 뛰어오던그날이 첫 Kiss Day

얼치기 창작방 2025.02.16

꼭 의미가 있어야 하나

은퇴한 지 9년이 지난 김연아 가예능 프로에서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경기 잘 끝내고 왜 울었냐 물었더니그냥이요 그런다끝났으니 좋아서이제 실컷 먹고 자고 놀겠구나 하는 생각에 울컥했다는데이런 속았잖아온갖 미사여구를 바른 언론에 우리 국민들도 같이 울었지어쩜 그 자리에서 그렇게 말했어도 우린 울었겠지만 소주 한 잔 마시자는데 무슨 의미를 꼭 붙이려는 우리잘되었으니 한 잔잘못되었으니 한 잔이왕 늦었으니 한 잔손주가 첨 뒤집기 했다고 한 잔어쨌던 핑계는 많아 회식 자리에 꼭 연설하려는 사람지만 하지 또 시킬 건 뭐람할 말 없으면 오지 말라는 건지 자전거 타고 가는 퇴근길홍합탕 끓이는 포장마차 앞을 지나다앞사람이 끽 서면 따라 서고포장 차일 들추며 들어설 때의 얼굴이 진짜 삶의 얼굴이지 의미 없는 게 의미지

얼치기 창작방 2025.02.16

원수를 사랑하라

교회에서 원수를 사랑하라 했다어떻게 사랑하지복수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부모님의 원수를 자식이 갚는 게 효도라 했는데 절에 다니시는 어머니는 원수를 사랑하셨다저놈의 웬수때려죽일 웬수 하시면서밖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밥을 꼭 담아 놓으셨다깡보리밥에 겨우 한 줌으로 지으신 쌀밥으로 만 친구에게 돈 떼이시고 만취해서 들어오시는 날대판 싸움을 벌리고도아침엔 해장술을 끓이시면서저놈의 웬수 하신다 그런 아버지 돌아가시고원수가 사라졌어도어머니 인생은 행복하진 않으셨다습관적으로 밥을 담아 놓으시곤빌어먹을밥그릇을 차 버리셨다  가슴에 원수 하나는 심어두어야 할까 보다사랑을 받으려면 웬수가 되어야 되는가퇴직금 날려먹고도어젯밤 늦게 들어온 나를웬수 대하듯 하는 아내는분명 나를 사랑하는 게 맞아

얼치기 창작방 2025.02.16

깨고 싶다고 다 깨어지나

‘사발그릇이 깨어지면 두세 조각이 나는데삼팔선이 깨어지면 한 덩어리로 뭉친다’정선아리랑 가사에도 나오지요깨진다고 다 망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유리잔은 산산조각이 나지만당신과 나 사이에 얼음이 깨어지면 봄이 온다오  깨진 그릇의 물은 담을 수 없지만묵 그릇은 깨어져도 묵은 남지요  당신과 나 엉기고 설켜 달인 세월끈적한 인연 정과되어 굳었으니묵사발 보다야 단단하지 않겠소  그릇 하나 깨진다고 다 버립니까다시 한 벌 장만 하면 되는걸

얼치기 창작방 2025.02.16

가시

가시 병원 밥에 구운 갈치가 올라왔다꽁지토막이다한 손으로 먹자니 가시가 찌른다 석쇠에도톰한 중간 토막 노랗게 구워자분자분 가시를 발라주던 당신 목에 걸린 기억꺼억 꺼억뱉어내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찌르기만 하고 생가시 같은 지난날들1)뽑고 뽑은 바늘 두 쌈2)을 채웠어도가시지 않은 걸림눈물에 반반 말아 넘긴다    1),김재덕 /가시2).바늘 한 쌈은 24개

얼치기 창작방 2025.02.16

칼국수

국수를 먹을 때잘라 먹지마라 낱낱이 흩어진 가루를이리 뭉치려고얼마나 많이 눌렀는지 아느냐 양지바른 마루에앞산 그늘이 들 때까지 누른다손금이 남아 있는지 모르게 철판을 펴듯누르고 굴리고또 굴리고 눌렀느니라 억지로 짓이겨 붙여도틈만 나면 갈라서려 하는 것들서로 치고박고 하다가 지칠 무렵끓는 물에 호되게 뒹굴어 봐야서로 살려고 엉겨 붙지 그렇게 붙이고서로 붙잡은 가락끊지 마라 싹둑!단박에 끊지 마라   *김숨 작가님의 “국수” 라는 소설작품을 읽다가우리의 일상중에 남의 생각을 무시하는 일이 많다는 뜻으로 썻습니다 만 ^^

얼치기 창작방 2025.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