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심하여 발이묶인 낚시꾼을 옆에두고
돌돔 매운탕을 끓이는데
자기도 한때 서울서 꿈많고
여리기가 코스모스 같았던 아가씨였다고
식칼로 돌돔 대가리를 꽝 찍어 놓은체
하얗게 뒤집어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딱 보기에 뱃사람 같았지만 착하게 보여
일을 부탁 했더니
군소리 없고 끝도 야무졌다
이물없이 자꾸 시키자니
서울 깍쟁이에게도 미안한 맘있어
차 한 잔 하자 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다른곳을 돌아 봤어나
모른척, 혹은 알고도 돌려 버리는 등들
씁쓸한 맘으로 돌아보면
늘 가까운곳에 있더 그
다시 차 한 잔이 미안해 밥을 먹었다
한 두 번 먹던 밥을 삼시세끼 함께 먹기로 했다
미뤄둔 휴가를 멀리 섬여행 가기로 하여
목포에서 배타고 4시간도 더 달려
바위로만 생긴 섬에 닿으니 가거도라
예약했다는 민박집이라고 들어가는데
주인인듯한 노파가 입이 함박만 하게 커지며
“아가 멀리 오니라 고생 했제 멀미는 안했냐”
손을 덥석 잡는데
아이구머니나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식겁한 체 남편을 돌아보니
저만치서 처연하게 염소를 돌보고 있다
그냥 도둑놈인줄 알았는데
완전 여우였다
폭풍으로 뱃길 끊어진 바다를 보며
사나흘을 울고불고 하다가
폭풍우가 가라 앉으니 내 마음도 가라앉더군
뱃길 열리면 가겠다는 맘도
그래도 사랑한 사람을 두고
더구나 홀몸으로 갈 엄두도 안나
눌러 산지가 20여 년
다시 칼을 들고 돌돔 몸통을 토막내며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더니
이젠 배도 몰고 염소도 잡고
물질도 한다우
농토가 귀하긴 하지만
천연의 해산물과 물도 풍부하여
가히 살만한 섬 가거도(可居島)라
이젠 육지서 관광객이 오니
우리가 먼저 자리잡은 샘
이번생도 뭐 이만하면
섬등반도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누가의 주름이 아름답던 선미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