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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민박집 선미씨

김성조 2025. 2. 16. 09:36

 

 

파도가 심하여 발이묶인 낚시꾼을 옆에두고

돌돔 매운탕을 끓이는데

자기도 한때 서울서 꿈많고

여리기가 코스모스 같았던 아가씨였다고

식칼로 돌돔 대가리를 꽝 찍어 놓은체

하얗게 뒤집어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딱 보기에 뱃사람 같았지만 착하게 보여

일을 부탁 했더니

군소리 없고 끝도 야무졌다

이물없이 자꾸 시키자니

서울 깍쟁이에게도 미안한 맘있어

차 한 잔 하자 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다른곳을 돌아 봤어나

모른척, 혹은 알고도 돌려 버리는 등들

씁쓸한 맘으로 돌아보면

늘 가까운곳에 있더 그

다시 차 한 잔이 미안해 밥을 먹었다

 

 

한 두 번 먹던 밥을 삼시세끼 함께 먹기로 했다

미뤄둔 휴가를 멀리 섬여행 가기로 하여

목포에서 배타고 4시간도 더 달려

바위로만 생긴 섬에 닿으니 가거도라

예약했다는 민박집이라고 들어가는데

 

주인인듯한 노파가 입이 함박만 하게 커지며

아가 멀리 오니라 고생 했제 멀미는 안했냐

손을 덥석 잡는데

아이구머니나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식겁한 체 남편을 돌아보니

저만치서 처연하게 염소를 돌보고 있다

그냥 도둑놈인줄 알았는데

완전 여우였다

 

 

폭풍으로 뱃길 끊어진 바다를 보며

사나흘을 울고불고 하다가

폭풍우가 가라 앉으니 내 마음도 가라앉더군

뱃길 열리면 가겠다는 맘도

그래도 사랑한 사람을 두고

더구나 홀몸으로 갈 엄두도 안나

눌러 산지가 20여 

 

 

다시 칼을 들고 돌돔 몸통을 토막내며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더니

이젠 배도 몰고 염소도 잡고

물질도 한다우

농토가 귀하긴 하지만

천연의 해산물과 물도 풍부하여

가히 살만한 섬 가거도(可居島)

이젠 육지서 관광객이 오니

우리가 먼저 자리잡은 샘

이번생도 뭐 이만하면

 

섬등반도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누가의 주름이 아름답던 선미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