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나리님이 오셔서
거들먹 거리며 휩쓸고 가는데
온 산천이 벌벌 떨더라
그 포효와 우뢰가
천지를 들었다 놓으며
쏘아 대는 물폭탄 위력에
모조리 물에 빠진 새앙쥐 꼴이라
이 우중에 산행이라니..
강진 수인산은 기가 막히는지
몸을 내 주면서도 돌아보지 않더라
섬진강이 걱정 된단다
배를 타는지 차를 타는지 모를
물속을 헤치며 돌아오는 귀가길
목숨을 하늘에 맡겨 놓고
아니 작은 쇠붙이 속에 갇힌 상태에서
제 간이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면서
섬진강이 걱정 된단다 ㅎㅎ
하기사 범람하면 큰일이고 말고..
걱정 된다는데...
아니가면 카라가 아니지
대목장 하동장은 좋은 핑계거리
하늘은 어찌저리 푸를꼬
마알간 하늘에 물벼룩 떠 다니듯이
구름 몇점 동동
흙탕물 탕탕 구르는 섬진강 내려다 보며
"어제 뭔일 있었수?"
"젠장 알께 뭐유
나린지 개나린지 지나가면서 지랄을 쳤나보우"
칠불사와 쌍계사의 청아한 목탁소리 들으며
몸 께끗이 �고 내려오는 청류가
흙탕물 본류의 위력에 떠밀려
강가로 살며시 눈치보며 몸을 들여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