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토요일 오후,
동학사(東鶴寺)엔 함박눈이 소록소록 내리고 ......."
원로 수필가 이상보님의 수필 "갑사 가는길"의 첫 머리에 나오는 글인가 싶다
어제(7일) 대설(大雪)날에 웃녘엔 대설이 왔다지 아마
산행에서 함박눈이라도 만나면 더없는 행운 이겠지만
쌓인눈 뽀드득 거리며 밟는 맛이란 겨울 산행의 진미라 하겠다
12월 계룡산 산행에 눈길을 기대하며 아이잰이랑 스팻치를 챙기고
눈밭에서 밥 먹을 생각을 하며 보온병을 두 개나 넣어야 했다
나의 어깨가 시언 찮다고 아내가 큰 것을 자기 배낭에 넣는데, 서로 큰것을 지겠다고 옥신 각신 하다가
" 마 됐심더 그래노코 아프다고 병원가면 손해 아잉교"
상황은 여기서 정리된다 ^^
이동시간을 감안하여 새벽 다섯시 반에 집을 나선다
샛별이 유난히도 밝게 빛나는 동녘하늘을 바라보며
자전거 타고 새벽 출근 하던 때를 잠시 생각해 본다
언제나 때리치울 희망을 가지고 출근 했었는데... 이제는 언제쯤 새벽배낭 꾸리는 이짓도 못할 날이 올까 걱정이 된다
산행인원 섭외를 위해 어떤 동호인 한 분을 청 하였는데, 새벽 5시 라는 말에 질겁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일이든 취미이든 미쳐야 하는가 보다...
연말 분위기 때문인지
출발시간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순천시내를 돌아 합세한 인원이 겨우 21명
광주에서 산행대장(시냇물님)과 옛회원 맹여사(날다람쥐님)를 태우니 23명
세상엔 눈내린 갑사 가는길의 멋을 모르는 이가 의외로 많은가 보다 ㅎ
국립공원 계룡산의 최고봉은 천황봉(845)으로 높은편은 아니지만 때론 거친면도 갖고있다
그렇다고 낮다고 깔볼것도 아니고, 거칠다고 두려워 할 것은 없다
계룡산은 예로부터 풍수학상 정감록에서 말하는 큰 변란도 피할 수 있는
소위 십승지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던 곳이란다.
주봉인 천황봉에서 연천봉·삼불봉 등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닭의 볏을 닮은 뿔을 가진 용과 같고
그 밑 부분은 용 비늘처럼 보이는 산이라 하여 닭鷄(계), 용龍(용), 鷄龍山(계룡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조선 초기 신도안에 도읍을 정하려고 무학대사가 이 산의 형국에 대하여 말했다는
'금계포란형'의 '鷄'(계)에다가 '비룡승천형'에서 '龍'(용)을 따서 계룡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차량 운행중에 염의장님의 해설이 이어지는 중에도,
눈 많이 온다는 논산 정읍을 지나면서도,
나는 차창에 눈을 떼지않고 눈이 왔을까 하며 들판을 훑어봐도
산하(山河) 어디에도 눈 꼬라지는 보이지도 않고
을씨년 스런 초겨울의 황량한 들판만이 지나간다
'봄에는 동학사가 좋고 가을에는 갑사가 좋다'하며 혹은 '춘마곡 추갑사' 란 말이 있다지만
지금은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데 눈도 없으니
차라리 뒷길로 가보자 하여 상신리 매표소로 들머리로 잡는다
이름하여 설희계곡
호남고속도로 유성 IC에서 공주쪽으로 가다(1번과 32번 국도 겹침)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매표소에 내려준 시각이 09:50
다른 출입구와 다르게 주차장도 장사꾼들도 없다
더구나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후 안내원 하나도 없는 공원안내소에는 어디서 날아온 억새꽃 한올이 찬바람을 피해 창틀에 기대어 있을뿐
입구에 당간지주가 하나 있는데 예전에 구룡사라는 절이 있었다 한다
당간지주를 근거로 팔각정을 하나 짓고 있는데 절 인지는 모르겠다
몇가옥 살지 않는 이런 동네도 대통령의 손길이 미칠지는 모르지만
이번에 출마한 인물 12명 사진이 붙었는데, 난 처음 본 이름과 사진이 있었다
입산후 첫 오름고지는 남매탑 삼거리로 해발 590 에 이동거리 2.7km
완만한 경사가 예상된다
멀리 보이는 정상부위에 눈쌓인 모습이 보이는걸 봐서 산에 오르면 눈을 밟을것 같다
이 계곡도 가을 한 철은 단풍으로 치장을 했을법 한것이 활엽수들이 많고 아담한 바위들이 편안함을 주었다
잎을 다 털어낸 나무들은 벌거벗은 체로 바람이 불면 가지사이로 다 흘려 보내고 침묵으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다
산의 중턱쯤 올라오자 눈길이 나온다
벌써 여러사람이 밟아서 인지 바닥이 단단하여 미끄럽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지팡이는 아무 준비가 없는 이에게 건넸다
경사가 완만하고 기온도 낮으니 진행속도가 빨라진다
큰배재를 거쳐 남매탑에 도착하니 고작 11시 반
남매탑은 전설에 따른 이름이고
정식명칭은 청량사지쌍탑이라 고도 불리우며, 지방문화재였다가 백제계 석탑양식과 신라계석탑양식이 섞인 특이 있다하여 98.9.15 보물로 승격됐다
7층(보물 1284)이 오라비 탑, 5층(보물 1285)이 누이탑이다
높이는 7층탑이 6.9m, 5층탑이 4.9m 이다
남매탑의 전설은 불공드리는 스님이 호랑이를 치료 해 줬는데 보답으로 처녀를 업고 왔더라. 그런데 스님은 불공에만 정진할 뿐 처녀를 건드리지 않고 남매처럼 지내다 한날 한시에 열반에 드니 사람들이 이를기려 탑을 쌓았다 한다
원래 탑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곳이라 하였는데...
어쨌던 지금은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 아름다운 모습 보다는 개 뼈다귀 같은 비계틀이 가리고 있었어 참모습을 볼수 없어 안타깝다
여기서 동학사로 내려가서 정상을 거치는 B팀과
삼불봉과 금잔디고개를 넘어 갑사로 가는 A팀으로 나누어야 하니 점심을 먹기로 한다
하기야 새벽 5시에 한 숫가락 떴으니 점심때도 되었다 싶다
이곳 남매탑은 어느 방향에서 오던지 모두 여기 들리므로 탑주위는 항상 인파로 붐빈다
또한 모든 등산객들의 점심 장소 이기도 하다
탑 아래는 상원암이라는 암자가 있는데
지금은 동학사에 소속되어 있겠지만 아마도 곧 독립사찰로 승격되기를 기다리고 있겠지
기온이 낮고 눈밭에서 엉덩이를 붙이고 밥을 먹으니 먹는 속도가 빨라져
후다닥 해치우고는 남매탑 배경으로 대문사진을 찍고는 각자 팀대로 쪼개진다
A팀이 10명
B팀이 13명
회장님이 우리 A팀으로 남으시니 나의 어깨는 가벼워 졌다
삼불봉 삼거리에 올라서자 마자 바람이 세차게 불고
능선쪽으로 눈길이라 자연성릉을 타는것을 포기하고 바로 금잔디고개로 내려간다
금잔디고개로 가는 약 500m의 길은 바람에 눈이 날려와 쌓여 있어 이외로 호사스런 눈길을 밟는다
어린애들 처럼 장난도 치면서 3km 남은 "갑사가는 길"을 즐겼다
갑사로 가는 갑사계곡은 나무박물관을 연상하듯 기묘한 형상의 나무등걸이 많았다
아래로 내려 갈수록 눈길은 끝나고
수북히 깔린 낙엽이 오전에 올라온 설희계곡의 그 침묵과 다르게 부산함이 보인다
그러면서 따뜻함이 보이는건 시간에 �기지 않는 여유 때문일까
계곡의 역사가 깊은듯
나무들은 모두 도를 닦는 부처님 내지는 신선을 닮아가고 있었다
바위 위에서 정좌하고 있거나
풍만한 가슴을 적나라 하게 내 놓았거나
한점 부끄러움 없다는듯 발가벗고 껴안고 놓을줄 모르거나
썩은 한 다리를 껴안고 천 년을 살아 왔을법한 고목과
신선이 못된 짐승모습 이거나
용이 되려다 만 이무기 모습들이다
마치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나라에 온듯 나무들과 대화를 하며 함께 사진 찍으며 내려오니 벌써 갑사(甲寺)에 이른다
갑사는 백제 구이신왕 1년(420) 때 아도화상이 갑사를 창건하였다 한다
경내의 지정 문화재로는 국보 298호로 지정된 갑사 삼신불 괘불탱,
보물 256호인 갑사 철당간지주와 보물 257호인 갑사부도,
보물 478호인 갑사동종, 보물 582호인 선조 2년간 월인석보판목이 있다고 하나
국보 괘불탱 그런것은 보여 주지도 않을꺼고,
보물은 나 같은 속인은 봐도 그게 그것 같아서 대충 훑고 내려온다
사찰을 들어 오는 입구 역시 고목의 전시장이며
괴목대신(槐木大神)이라는 고목에 제를지내기도 한단다
주차장 도착 시각이 1시 50분
B팀이 도착 하려면 1시간 여는 기다릴것 같아 가게에서 동동주 한 사발을 하는데
간장종지 만한 그릇에 담아 7천원 이란다
지리산 같으면 3천원 이나 할까?
그러면 어떠랴 하산후 이것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산행재미
그래도 알뜰한 우리 총무님
2차를 외치는 은곡을 제지를 하고 떡라면을 끓인다
곧이어 후미팀이 도착하여
아직 햇살이 남아있는 양지에서 떡라면에 매실주 한잔씩 나누며
계룡산 첫눈에 반했노라고...
계룡팔경을
천황봉에서 바라본 일출 광경
삼불봉을 하얗게 덮어버린 겨울의 흰눈
연천봉의 낙조
관음봉을 싸안고 한가롭게 떠도는 구름
한여름 동학사 계곡의 숲
가을 갑사 계곡을 온통 붉은색으로 수놓은 듯한 단풍
은선폭포가 낙수되면서 하얗게 포말을 일구워 내는 물안개
남매답에 반쯤걸린 달의 모습 이라 하는데
그중에 우리는 삼불봉 눈은 밟았으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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