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김장 하던날

김성조 2008. 11. 23. 21:15

 

 

 

전주에서 몇 일 함께 있는동안 첫눈을 맞고 한파를 한 대 얻어 맞더니 아내는 서둘러 김장 작업에 들어 갔다

어차피 김치냉장고가 보관해 줄 것이니 기후하고는 상관없다는 것

원래계획은 12월에 하고 이번 주에는 산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차 있을때 장보기 한다고 나를 끌고 다녔다

 

매년 김장을 하지만 내가 할 일은 별로 없었다

그 만큼 거들 식구가 항상 있었거나 혼자 후다닥 해 치우곤 했다

내가 하는 일이란 배추 살때 날라다 주거나 고추방아 찧을때 차 태워 주고 차 안에서 책 읽는게 고작이다

그러면 아내는 저녁에 가르고 소금에 절여 놓고 새벽에 일어나면 벌써 건져 두었다가

내가 회사에서 돌아오면 맛있는 햇김치를 내놓곤 했었다

 

 

 

 

사실 아내는 김치를 잘 담는다고 한다

내 입맛이야 길들여 진 것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동생들이나 주위분들이 우리김치 맛을보고 그러는걸 보면 맞는 모양이다

하기야 40~50 포기 담궈서 거의 나누어 주니 그렇게 말 하는지도 모르지만..^^

 

우리 김치는 김장의 속을 많이 넣지 않는다는것

하다못해 무우채 하나 안넣고 순전히 양념장으로만 버무리는데

그래야 오랫동안 시원하고 깔끔하다 한다

시집와서 30년도 훨씬 넘었으니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먹을거리 걱정없던 한 참 후의 이야기 이고

예전엔 김장속을 많이 넣은 집안이 잘 하는 김장이었다

그 시절만 해도 요즘처럼 배추가 풍족하지 못했고 척박한 땅에서 수확한 배추라 해봐야 알배기도 없이 시퍼런 이파리가 서너장이니 뭐라도 넣어서 그 양을 채우곤 했다

잘 사는 집은 생선이나 굴 또는 돼지고기를 넣기도 했지만

우리같이 식구많고 가난한 집은 통무를 무채와 함께 넣어 큰 독을 채웠다

그 무우는 설 지나면 잘 익어서 푸성귀도 없던 계절에 요긴한 반찬이었다

 

배고픈 봄이 되면 엄마는 바닥난 쌀독을 들여다 보고

6 남매가 먹고도 남을만치 물을 붓고 묵은김치를 풀고는 식은밥을 일인 분도 안되는 양을 넣어 끓이는데 이름하여 김치국밥

건더기 보다 국물이 더 많으니

철없는 동생은 말한다

" 엄마~! 국밥에 앞산이 들어와 있다"

말없이 돌아 앉은 엄마의 가슴에는 태산만한 바위가 들어왔을 터인데....

 

 

 

세월이 흘러 터득한 아내의 비결이나 솜씨는우리대에서 끝날 것이다

딸이 없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며느리가 둘이나 있으나 직장생활 하는 애를 김장한다고 부를 수도 없고 모처럼 쉬는날 붙잡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 아내의 생각이다

사실 김장기술은 배추를 잘 고르고 소금절임의 기술이다

그럴려면 약 2일은 함께 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다

 

 

 

 

오늘도 가까이 사는 큰 아이에게 전화 하여 한다는 말이 고작

"너희들 빈 김치통 가져 오너라"

"네 어머니 먼저것 아직 남아 있는데요" (사실은 김치를 잘 안먹고 있다는 증거다)

"응 새김치 가져가라"

"오늘 김장 하세요?"

"그래 시간있으면 오너라"

이리하니 언제 배추고르는 법을 배우며 소금절이는 법을 배울수가 있을까

 

 

 

 

저들이 우리나이때 되어 딸이 시집을 가거나 며느리가 들어 온다면

아마도 김치 맛있는 반찬가게 상호를 물려줄 것인지...

하기사 우리집에서 메주냄새 사라진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는걸..

된장은 △△표가 맛있고, 고추장은 ○○표가 맛있다고 하는데.....

 

어쩜 아내가 힘이 부칠때 쯤엔 잘하는 반찬가게 하나쯤은 알아두어야 할것 같다

쩝 ^^

 

2008. 11. 23

 

 

 

<사진은 일찍 전주로 올라오면서 바라본 겨울맞는 섬진강 풍경>

 

항상 고속도로를 타고 바쁘게 다니다 오늘은 국도를 타기로 한다

가을을 보내고 있는 섬진강은 호수보다 더 가만히 흐르고

꽃잎 날려보낸 코스모스의 까망 씨방이 내가슴을 꾹꾹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