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치기 창작방

다 어디 갔나

김성조 2024. 12. 12. 11:17

재활용 수거장에

줄 끊어진 기타

배 드러낸 채 비스듬히 누워 있다

1번과 2번 줄은 아예 없고

3번 줄은 힘없이 늘어져 소리 내지 못하고

낮은 신음만이 뱃속에서 웅웅거린다

타조같이 긴 목 곧추세워 둘러보지만

그가 한 때 스타였는지 아는 이 없는 듯 돌아들 있다

 

줄로 소리 내고

줄에서 흥겹고

줄을 잡고 줄에 기대어 살던

무수한 줄잡이들

이제 줄 놓으니

다시 이어질 끈

잡아줄 이들 다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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