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언덕에서도 물은 갈라지고
장마가 잠시 숨을 돌리는 7월 셋째주
하늘은 지리한 여름이 지겨운듯 파란 하늘을 내 보인다
이 한여름에 정맥산행이라서 그런가?
21 명이 버스 좌석 두자리씩 차지하고 편하게 출발한다
벌써 1 주일째 감기기운이 떨어지지 않은 아내를 두고 혼자 온 나도 너른 좌석 하나 차지 한다
산은 많고, 오르고 싶은곳도 많을건데 어찌 다 모을 수 있을 것인가
집행부와 함께 회원 모두가 나서야 할 일이다
지난 8 차에 끊은 슬치에서 오늘 다시 시작한다
고개 같지도 않은 고개, 슬치휴게소
그래도 섬진강과 만경강을 나누는 호남정맥 수분령이다
들머리는 슬치마을 입구부터 시작하는데 주위의 땅이 사유지 이고보니 어디에도 정맥 안내판은 없다
대충 눈으로 마루금을 바라보며 임도를 따라가니 드디어 산행인들의 리본들이 보인다
지방도 745 호 위로 생태통로가 있어 우리도 생태로를 실험해 본다
지난 차수 보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비온 뒤끝이라도 습도가 덜하고 기온도 서늘한것 같다
그러나 지난번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내일이 대서(大暑)라는데 아마도 오늘도 30 도를 웃도는 날씨 일 것이다
첫 목표고지 469 봉에 이른 시각이 11:40
헬기장인데 헬기는 내린적이 없는듯 풀이 많이 자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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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들의 아름다운 열병식
산불 감시소를 지나 그늘이 좋은곳에서 점심을 먹고
완만한 경사에 우거진 숲, 낙엽깔린 폭신한 산행길은 지난차수 만덕산의 그 오름에 진저리가
이제는 추억으로 바뀌어 이리도 고운 길이 있을까 싶다고 했다
갈미봉(葛尾峰 539.9) 에 도착한 시각이 12:50, 이동거리 5.8 km
이름 그대로 칡덩쿨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여러가지 버섯류가 많아 나의 행군을 자꾸 붙들고 있다
적당한 습도에 충분한 낙엽거름이 버섯을 생육에 적당한가 싶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상황버섯이나 영지버섯은 잘 보이지 않고
아름다운색과 모양을 한 독버섯이 대다수 인것 같다
방종원님이 열심히 설명을 해 주었지만, 들어도 모르겠다 ^^
옥녀야 오늘은 안되겠다
쑥재 13:40, 7.8 km 지점
중간 탈출지점은 여기 뿐이다
절반정도 까지 소요된 시간이 3시간 40분
남은 시간이 비슷하다고 볼때 전반부 보다 힘이 들것은 자명한 일
여성 6 명을 포함하여 7 명이 탈출하고
큐피트님,세라님을 포함하여 여성 세 분과 함께 완주를 향해 재출발
꼬리를 자른 완주팀은 걸음이 조금 빨라지고 옥녀봉을 오르는 길은 경사가 더욱 심해
기온이 높아진 오후의 산행을 힘들게 한다
옥녀봉(578.7) 앞 우회 삼거리에서
아침에 차 안에서 얻어먹은 천마 효과도 바닥이 난듯 문을 열고 기다리는 옥녀는 다음에 보자하고 우회로를 선택한다
"옥녀야 오늘은 안되겠다" ^^
<뒤 돌아본 옥녀봉의 그 볼록함이..>
경각산(鯨角山 : 659.3)은 경악산(驚岳山)인가 ?
체력이 떨어지는 오후 15:50 분경
경사가 가파른 비탈을 이제 마지막 이라는 희망으로 이를 악물고 올라왔건만
경각산은 저만치 물러나 앉아서 우릴보고 웃고 있다
으악!!
기절할것 같은 허탈감에 하늘이 대고 욕을 한다
경각산을 보고 첫번째 경악을 한다.
<태산 같이 가로막고 있는 경각산>
어쩔꺼여
이미 출렁거리는 뱃속에 다시 물 한 모금 더 넘기고 다시 내려가서 또 오른다
지난차수 이후 병원약 먹느라 운동을 제대로 못한 상태
전반부의 그 평탄한 길이 나를 유혹 하고 말았다
은곡과 나는 괜히 염의장이 거짓말장이라고 우기며
허우적 허우적 한걸음 한걸음 마치 살얼음을 디디듯 그렇게 정상이라는 곳까지 도착한다
16:20
경각산(鯨角山), 고래뿔산?
그런데 이건 뭐람
정상엔 통신중계탑이 떡하니 버티어 있고 산의 표식을 적은 A4 용지가 철조망에 애절하게 걸려 있고, 기대했던 뿔모양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또 한번 경악을 한다
그래서 킬리 이름으로 경각산은 경악산으로 바꾼다
하늘엔 글라이드 한대가 높이 올라 약올리듯 내려다 보고 있다
경각산의 유래는 한자로 고래 경(鯨), 뿔각(角)을 써서 고래등에 난 뿔처럼 생긴 산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산 아래의 광곡마을에서 바라보면 모악산 방향으로 머리를 향한 고래의 모습이며,정상에 있는 두 개의 바위가 마치 고래의 등에 솟아난 뿔의 형상이다. 라고 소개되고 있지만
천신만고 끝에 올라온 우리에게는
통신탑에 몸을 내준 창부 이상도 아니었다
불재로 내려오는 길은 생각보다 완만하여
햇볕이 반짝이는 구이재를 바라보며, 기대햇던 전주시내의 조망은 운무 때문에 불가 했지만
출산로 입구 까지 대기 하고 있는 버스로 길에 내려 서지도 않은채 바로 올라탄다
17:00 (7시간)
14.4 km를 타는 동안 개울물 하나 만나지 못한 우리는 다시 죽림온천에서 땀을 식힌다
절반의 컨디션에서 완주를 한 나는 소주 한 잔도 귀찮아 맥주 세컵으로 속불을 식히고 있는데
누구는 마누라 없이 와서 몸조심 한다고 놀려도 대꾸 할 말이 없다
내라고 뭐 생각이 없을까 마는..^^
난 이놈의 정맥길을 완주 하고 싶거던..ㅎㅎ
<그래도 너희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 항상 이쁘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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