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네거리에 선 장승하나
사시사철 꼼짝않고 버티어 서
한 여름의 태양열 받아 벌겋게 탓고
비오면 비맞고 눈오면 눈맞으며
동태처럼 벌겋게 얼어 터져도 서 있었다
어느날
항시 벌어진 입으로
어느 열불난 사내가
가슴에 담아놓은 불화로에서
오래 담궈놓은 화젓가락을 쑤셔넣어
속이 까맣게 타서 죽었단다
그 후로도 장승은 그자리에 서 있다
그냥 서 있다
전설마냥 서 있다
언제나 열려진 입으로
꽃잎 하나 폴삭거리며 들여다 본다
사람들은 다른길로 다닌다
빠른길로 다닌다
이제 붉은장승은 전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