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치기 창작방

전설이 된 장승

김성조 2008. 4. 13. 20:42

우리동네 네거리에 선 장승하나

사시사철 꼼짝않고 버티어 서

한 여름의 태양열 받아 벌겋게 탓고

비오면 비맞고 눈오면 눈맞으며

동태처럼 벌겋게 얼어 터져도 서 있었다

 

어느날

항시 벌어진 입으로

어느 열불난 사내가

가슴에 담아놓은 불화로에서

오래 담궈놓은 화젓가락을 쑤셔넣어

속이 까맣게 타서 죽었단다

 

그 후로도 장승은 그자리에 서 있다

그냥 서 있다

전설마냥 서 있다

언제나 열려진 입으로

꽃잎 하나 폴삭거리며 들여다 본다

 

사람들은 다른길로 다닌다

빠른길로 다닌다

 

이제 붉은장승은 전설일 뿐이다

 

 

 

t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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