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입암(笠岩)산에 입암(立岩)

김성조 2008. 10. 26. 21:48

 

 

 

입암(笠岩)산에 입암(立岩)이

 

가을이 익어도 한참 곰삭아 익어야 할 10월 마지막 주일

그러나 자동차 북적거리는 동네 축제장 말고 진짜 질펀한 가을의 잔치 소식은 어디에도 없다

가물고 늦더위 때문에 단풍이 늦게 들었다 하는데

그제 내린 비가 좀 기대가 되긴 한다

 

산학회 산행이 없는 날인데 깜작 산행을 장성 백양사로 잡았다니

이곳 전주에서 내려 가기로 하였다

 

순천서 8시에 출발 한다 하니 우리는 8시반 정도 출발해도 충분 하련만

천성이 그러한 지라 일찍 나섰다

 

백양사 IC 에서 백양사 쪽으로 들어가다 남창계곡으로 들어가서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840여 분

아마도 한시간 여는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이런 건망증 이라구

휴대폰을 갖고 오지 않았다

그것도 둘 다..

이쯤 되면 서로보고 웃으면 된다

아마도 전화통에 불 났겠지만 약속 장소에 오면 될 것인데 뭘 ^^

예전엔 전화 없어도 약속만 잘 지켰는데

요즘은 휴대폰 때문에 약속에 신경을 덜 쓰는 풍토다

펑크를 내거나 늦을것 같으면 이유를 전화 해주면 되니까

그것도 잊고 못하면 전화가 불통이라고....

 

정말로 1시간여가 지난 10시경에 일행이 도착 했는데

첫 마디가 왜 전화를 안받느냐구..^^

 

 

 

입암산(笠岩山:626)

호남정맥이 내장산 신성봉에서 백암산 쪽으로 돌아서면서

그 한 줄기를 고창 장방산 쪽으로 뻗어가는 첫 봉우리 이니 이른바 영산기맥이다

백두대간 개념이 서기 이전에는 노령산맥으로 표기하기도 하였다

입암산은 그산에 갓바위가 있어 그리 부르는데

내장산 국립공원 구역에 들어있지만 내장산과 백암산의 기세가 워낙이나 세어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 덕분에 남창계곡,신성골,은선골등 원시의 숲을 간직하고 있는 계곡을 만날수 있다

 

특히 이 계곡에는 전남대 연습림이 있는데

삼나무(스기목) 숲이 너무 좋다

하늘을 가리는 나무숲 사이로 뻗은 맑은 가을햇살이 금실처럼 아름답다

 

올해는 단풍이 안 곱다고 난리다

단풍이 뭐 생활용품도 아니요

빈민구제용 식용은 더 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수출용으로 외화벌이 하는것도 아닌데

이렇게 우리는 단풍이 아니 고운것 까지 걱정하는 세월이 되었다

 

긴 여름, 그리고 지독한 가을가뭄과 철을 잊은 절기가 산을 애간장 태우고 있다

그래도

세월은 제 갈길을 가야 하니

그냥 대충 말려서 낙엽이 되고 말 것이다

아직 여름에 입힌 푸른 치마의 저 애기단풍은 어찌 할꺼나

 

재작년 이 산을 찾았을때는 정읍쪽 북문으로 바로 치고 오르느라 땀깨나 흘렸는데

이곳 남창계곡으로 오르는 길은 완만하고 숲길이 좋아 마치 산책하는 기분이다

 

계곡길은 삼나무 숲길과 단풍으로

그리고 낙엽이 적당히 깔리고

일찍 물들은 단풍과 아직 물들이지 못하여 여름옷을 갈아입지 못한 청단풍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수목원을 걷는 기분이다

 

계곡을 타고 오르면 다리를 여러 번 만나는데 꼭 피앗골 삼홍소를 연상하는 장소가 있건만

올해는 물과 단풍이 곱지않아 아쉽다

두번재 다리를 뒤로하고 왼쪽으로 세번째 다리를 건너면 은선골과 산성골 합수점 삼거리에 닿는다.

오른쪽 산성골로 30분 올라가면 아직도 성곽이 가지런 한 입암산성 남문이 나타난다.

남문을 통과해 5분 거리에 이르면 하늘이 트이는 분지 안으로 들어서는데.

큰 버드나무 아래 잡초더미에 버려진 돌절구가 있는 집터에 닿는다.
일명 성내(
城內)로 불리기도 했던 집터 일원은 공자의 유교를 다시 밝힌다는 갱정유도(更正儒道) 교인들이 살던 곳이란다.

광복 전까지 8가구가 부락을 이루던 이곳에는 87년까지 1가구가 남아 있었다 한다

좀더 오르면 너른 분지가 나오는데 늪을 이루고 있어 물걱정도 없었단다

올 가을의 가뭄은 그 늪마저 말리고 있다

 

아직 성곽이 잘 보존되어 있는 북쪽산성을 따라 끝자락에 크다란 갓을 쓴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대구 팔공산의 갓바위 부처가 입신하는자들의 기도처로 유명한데

이곳 갓바위는 그러한 영험이 없는걸까

응당 있을법한 부처상이나

아니면 무당이라도 와서 빌었을 법한 촛불터 하나 없다

그렇다면 내가 그사업을 한번 해볼까?^^

소문을 잘 내어 메스컴만 탔다하면

호남의 명문자재를 둔 마나님은 물론이요

불심깊은 부산 아지매들이 떼를지어 몰려 올턴데....ㅎㅎ

 

갓바위(笠岩) 조금 앞에 우뚝선 바위 하나를 만나는데 또 다른 입암(立岩) 이다

아마도 갓바위 보다도 이 선바위(立岩)가 잉태나 득남에 더 효험이 있을 듯 하다 ^^

 

무명 전망장소에서 점심을 먹고  철계단을 내려선 다음, 다시 두번 철계단을 올라서면 입암산 정상이다.
정상 전망대에는 데크를 설치하여 조망하기가 마치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북으로는 정읍시 입암면 들판에다 직선을 그으며 이어진 호남고속국도와 호남선 철길이 실낱처럼 내려다보인다.

동으로는 망해봉, 연지봉, 신선봉을 들어올린 내장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남동으로는 백암산 상왕봉과 사자봉이 마주보인다.

남으로는 아늑하게 패어져 내린 은선골 위로 시루봉과 장자봉 능선이 장성호 건너 멀리의 병풍산과 함께 첩첩산중을 이룬다.

서쪽으로는 노령과 호남터널이 내려다보이고, 노령 위로는 쓰리봉과 방장산이 거대한 피라밋처럼 마주보인다.

 

갓바위에서 하산길은 바로 은선골로 내려선다

이 길은 성 외곽길인데 숲이 지나치게 좋다

여름이라면 다소 어두울 것 같은데

가을의 나뭇잎은 엽록소를 다 내어주고 창호지 처럼 얇아 햇볕을 그대로 반사 해주어 마치 홍등 아래를 걷는 기분이다

 

왕복 5km를 두시간 남짓에 이리 홀가분 하게 등산을 마쳐 보기는 처음이다

아마도 다음주면 단풍이 더 물들 것 같은데

이 가을이 가기전에 한 번 더 거닐고 싶은 계곡이어라

 

2008. 10. 26

 

 아침의 백암산

 

 청단풍은 아직 화장을 못하고....

 

 

 

 

 

 

 

 

 

 

 

 

 

 

 

거대한 입암(立岩)

남성미가 불끈..^^

 

 

 

 

 

방장산 노령고개를 호남고속도로가  뚫고

1호국도 옛길이 산허리를 가쁘게 넘고 있다

 

 갓이라기 보다 이구아나 아가리 같은 ^^

 

 

 

 

 

  

 햇살 고운 삼나무 숲길..

 

 

 홍단풍과 청단풍의 공존 하는....

 

 

 

 

 

  

 

 

별장이 아니고 화장실 임

산속에 이리도 멋진 화장실 있음 나와보라 그래 ^^

 

 장성엔 감이 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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