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까짓것 밥 하면 돠지

김성조 2009. 2. 4. 23:15

당진쪽에 출장을 와서 늦게까지 일을 하고 저녁을 못먹었다

서해대교 근처에 있는 숙소로 돌아온 시각이 저녁 11시 쯤

그냥 잠들기는 섭섭하여 식당을 찾으니 이시간에 누가 밥을 줄까 싶다

숙소 근처에는 민가도 없어 식당도 없다

그런데 행담원 이라는 간판의 집에 불이 켜있다 

최근 집을 지어 개업한 한식집인 모양인데 안으로 들어서니

방금 손님들이 돌아 갔는지 아주머니 두 분이 바쁘게 설겆이를 하고 있었다

저들은 저 설겆이가 끝나면 고단한 하루가 끝나리라

 

저녁식사가 되느냐고 물으니

젊은 아주머니가 난색을 하며 밥이 다 떨어 졌다고..

일반적으로 식당엔 밥을 여유분으로 해 놓는다는 생각이 미치는 나는 조금 때를 쓴다

이 시간에 주위에는 식사 할 곳도 없는데 남은 음식이라도 한 술 주쇼 하니

나이드신 아주머니가 나오시더니

"밥이 없으면 까짓것 하면 되지

 들어 오세요 15분이면 할겁니다

 이 늦은 시간에 어찌 돌려 보내누" 하신다

조금 미안 하지만 오히려 그 말씀에 먹고 가야 할것 같아 들어서니

거실의 한켠엔 한방차를 끓이는 한약재들이 있었고

우리들을 일반 식탁이 아닌 그 탁자 한 켠에 앉힌다

 

약 20분 후에 방금 한 따끈한 밥과 손바닥만 갈치지짐을 내어 놓는데

밑반찬이 일반 식당에있는 그런것들이 아닌 꼭 집에서 먹는 깔끔한 식단이었다

 

우리는 둘이서 밥 세그릇을 말끔히 비웠다

대화하는걸 봐서 모녀 같기도 하고 며느리 같기도 한 젊은 여인은 참으로 단아 하게 보였다

아침은 안하지만 혹여 먹을곳이 없다면 미리 전화를 주면 둘을 위해 밥을 해 놓겠다 하신다

그러기는 너무 미안하니

나중에 단체로 한번 와야 겠단 생각을 하고 주인의 공손한 인사를 받으며

숙소로 돌아오니 숙소 불빛이 유난히 밝다

숙소옆의 서해고속도로엔  아직 차가 빠르게 지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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