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생활 1년
딱 1년전 2008.2.26
조그만 한 옷가방 하나 달랑들고 찾아 온 허허벌판의 김제시 황산면 봉월리
끝없는 지평선엔 농촌에서 흔히 보이는 비닐하우스도 별로 없고
지리산 제석봉 고사목처럼 젓봇대들만 유령처럼 서 있는데,
주말마다 산을 찾는 나에겐 사막의 한복판에 던져진 것처럼 막막하더라
15평짜리 아파트 숙소에서 바라다 보이는 모악산 만이 유일한 낙으로 삼고
하마 돌아갈 날을 꼽으며 살아온지 벌써 1년....
2월의 황량한 들판에 늦게라도 봄은 오고 들매화도 피고
구획정리 잘된 농지에 물이 하나 둘 실리고 모자이크 처럼 모가 하나둘 심어지더니
파아란 물결이 강 여울처럼 흐르던 6월을 넘기고
황금 물결이 넘실대는 수확의 가을도 넘기어
사방천지 흰눈으로 덮이어 길도 둑도 없던 긴 겨울을 엉금엉금 기어서 보내고
다시 또 그 황량한 2월의 들판에 섰다
주말이면 전주 광양간 500리를 멀다 않고 오르 내렸으나
천정부지로 쏫는 기름값 때문에 주말을 빠트리기도 하고
그래서 아내가 올라와서 함께 지내기도 하지만
낯가리기가 심한 아내는 아직도 군내버스 한번 타 본 일도 없을 뿐더러
한낮에도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옷을 두겹 세겹 입고 밥을 먹어야 하는
참으로 설렁한 이곳이 맘에 안드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곳에도 사람은 산다
인구 2,000 남짓 하다지만 있을건 다 있다
사람이 모든것이 다 있어야 사는것은 아니지만.....
황산을 한번 둘러보자
면사무소가 있는 황산면의 중심거리
승용차보다 트럭이나 트랙터가 많이 보이는 거리
학교를 제외하곤 가장높고 큰 건물 면사무소
금융기관인 농협과
2층건물 우체국
1935년에 개교하여 70회의 졸업생을 배출한 전통의 황산 초등학교
유일한 의료시설
내가 감기기운이 있을때 한번씩 볼기짝을 내민곳.
간호사가 이쁘다는....(물론 아줌마^^)
황산의 커미니티 센터 "희" 다방..이름이 정겹다
아직 들어 가 보지는 못했음 ^^
두 과부(추정?)가 운영하는 밥집
항상 "밥을 더 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대낮에도 찌개 하나에 소주 몇병 나누면서 정겨운 사투리가 시끌하다
당연히 있을 비료 및 농약사
그리고 유일한 자장면 집 포청천과 수퍼
짬뽕은 너무 매워 혼이 남.^^
대를 이어 운영하는 철물점
김제시내에는 대형 철물점이 늘어 가는데
철물이 썩거나 변질되지 않으니 그대로 가는 모양
황산의 어머니들도 파마는 해야 하고
남자들은 이발도 해야 한다
연탄대신 가스불로 물을 데우고, 물조리로 머릴 감아준다 ^^
최고의 멋쟁이들을 배출 했을 옛 양복점
기술자는 도시로 갔을것이다
황산의 유일한 신호등 네거리
파출소 사거리
범죄 없는 마을
경찰 지구대 앞은 항상 썰렁하다 ^^
들판 한가운데서 흙을 파 내는건 사금(沙金) 케는 작업중 (노다지? 광산이라 가까이서 못찍고....)
이곳 지명이 김제(金堤), 금구(金丘)등은 모두 금과 관련이 있음
농한기에만 하고 다시 묻어서 농사를 짓는다
여기도 사람은 있다
우리도 싫은 건 싫다 뭐 !!
함께 반대도 힘을 모아 해본다
격렬한 구호아래 사람들은 느릿 느릿 걷는다....^^
2008. 2. 26
철새는 날아가고 / 다나 위너 (Dana W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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