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아내 부음을 받고
서울 도봉산 산행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옛친구 아내의 부음을 울산의 동생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청천벽력이었다
원래 친구가 큰병을 얻어 시한부라 하였는데
오히려 수발하던 아내가 먼저 가다니 그 심정이 오죽 하였을까
건강한 사람도 충격이 클진데 병든 자신이 얼마나 원망 스러웠을까
친구는 나보다 한 살 아래고
그의 아내가 나와 동갑인 올해 만 62살
요즘 세상에 60대면 청춘이라 한다
나와 아내는 이렇게 무박 2일 산행도 다녀 오는데…..
참으로 열심히 살아왔던 그들
돈이 뭔지도 모르는 우리네들은 그저 사랑이니 친구니 하면서 낭만에 빠져 있을 때
그들은 열사의 사막에서 번 돈을 알뜰히 가꾸어
친구들 중에 가장먼저 시내 로타리에 4층 건물을 짓고, 주유소라는 큰 사업도 했다
두딸 뒤에 아들도 얻어 그만하면 인생 성공인 셈이었다
친구는 원래 같은 고향 죽마고우는 아니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딛던 그 나이때(20세) 처음 건설현장에서 만났다
산골에서 태어난 그나
가난한 농군의 아들인 나나 진학은 꿈도 못꾸던 형편
때마침 일고 있는 울산의 산업화 현장에서
측량기사 조수일을 함께하면서 친해졌고 영원한 우정을 다짐 하였다
내가 불우한 환경에 처했을 때 나대신 아들역할을 자처하고 부모들을 위로 하였고
동생들에게는 오빠 형처럼 믿고 의지하였던 친구였다
그후 친구는 그 일을 그대로 전공으로 살려 중동의 건설현장으로 가서 열심히 일하고
결혼하여 아내는 착실히 살림을 꾸려 나간다
그리하여 일찌감치 자립을 하였었다
나도 직장을 멀리 잡으며 고향을 떠나게 되니 친구의 소식은 간간히 들릴 뿐
얼굴 본지가 오래되고 서로가 각자의 삶에 열중할 뿐이었다
어쩌다 집안 대소사 때 만나보면
항상 시커멓고 바짝마른 그의 얼굴이 영 맘에 걸리더니
나중에 큰병(폐암?)에 걸렸다는 소식 이었다
아마도 처음엔 소문내지 않고 조용히 치료하려 했겠지만
이미 소식을 접했을땐 약물로 인한 머리까지 빠진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전달이 와서
차마 찾아가지 못하고 하루속히 완쾌를 빌었을 뿐이었다
이제 이 일을 어쩌누
병던 부모에게 효자 없다는 옛말은
늙어서 부부밖에 없다는 말일것이다
그런데 아내가 먼저 갔으니……
그의 아내는 말씨가 참으로 고와서
우리 어머니가 항상 칭찬을 하셨지
오랫만에 그의집을 방문이라도 하면
황망하게 뛰다시피 나오면서
"하이고 참말로~~
자주 오지도 않고 그래 살낀교.."
하며 밝게 웃으시던 모습이 선한데.....
부디 좋은곳에 영명 하시길 빈다
사람들은 그럴것이다
“돈이 있으면 뭐하노 건강하지 못하면 소용없제”
일만하던 우리세대
시대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지만
이제라도 그 열매를 따먹어 봐야 하지 않는가
벌써 내 주위에서 이런 소식이 오니
진정 인생의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항상 건강을 먼저 챙겨주는 나의아내
여보! 고맙소
여기 당진까지 챙겨 준 건강식품
오늘은 잊지말고 꼭 먹어야 겠다.....
2009.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