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구보하는 세월(지리산 서부 반야봉 가는길)
2004.10.24
토요일(23일)
손양(경리담당)이
“소장님 우리 내일 친구들과 단풍놀이 갈꺼에요”
“어디로?”
“지리산요”
“지리산 어디?”
“그냥 지리산요”
“집이 광양인 사람이 그냥 지리산 간다고 하냐?
단풍을 보러 간다면 피아골로 간다던가 뱀사골로 간다던가 아니면 쌍계사로 간다던가 구체적으로 해야지 그렇게 말하면 촌놈소리 듣는다”
“그럼 어디가 좋은데요?”
“그렇게 물어도 안된다
산을 탈건지 그냥 계곡에 머물다 올건지 아니면 드라이브를 할건지”
“모르겠어요”
“???”
(이런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산엘 좀 다녔다구 폼 제는거야 뭐야)
“그래 일단 떠나 보거라 나서면 여행이 된다”
그렇다 지리산을 그냥 지리산이라 하지 않는다
천왕봉 이라던지 세석봉,반야봉,토끼봉,삼도봉 등등
종주코스가 아니라면 지리산 간다고 해서는 아니 된다
한국의 100명산 팜플렛에서도 지리산은 동부(천왕봉:1915)와 서부(반야봉:1732)로 나눈다(도사앞에 요령 흔드는격이 아니려나 몰라)
오늘은 우리끼리(마누라하고) 깜짝산행(비계획산행)을 하기로 했다
코스는 성삼재에서 반야봉을 목표로
성삼재 길의 붐빔은 이미 아는바
07:10에 출발
천은사 입구
도로의 코스모스길은 앙상한 씨앗만을 이고서 멀리 퍼트려 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몇일 전만 해도 관광객의 환영을 받으며 사진 모델이 되었을 턴데..
불과 한달전(9/26) 추석전에 남해 이락사의 코스모스 군락지를 찍어 소개한걸 생각하니 갑자기 세월의 빠름을 느낀다.
세월!
세월은 햇수로만 치는 걸까?
하루 하루도 아니 한시간 전도 세월이겠지
그해 6월에 입대하여 논산훈련소 연병장 땡볕살 아래서 힘든 훈련을 받으며 16주의 세월을 기다리며 엎드려 있는데 앞에 서있는 기간병 일등병의 작업모에 볼펜으로 쓰여져 있는 작은글씨
“세월아 구보하라!”
아!
그 느낌 세월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가슴에 닿아오기는 그때가 처음이다
그렇게 세월을 기다리며 3년을 보내고
월급생활 하면서
월말을 기다리고, 분기말을 기다리고, 년말을 기다리고
적금들고 또 세월을 손꼽아 기다리고
세월이 하도 안가서
유수 같은 세월의 속도가 도대체 얼마냐 계산 해보기도 했다
지구한바퀴 도는게 하루의 세월이니
4만 킬로를 도는데 24시간이면 시속 1667킬로미터? 마하 1.36
빠르긴 엄청 빠르군
그래서 비행사가 마하를 돌파하면 세월이 덜 간다는 학설이 있는거군
“少 年 易 老 學 難 成, 一 寸 光 陰 不 可 輕”
학창시절 아니면 청년시절 이런글귀 책상앞에 붙혀보지 않았던 사람 있었는가
그러나 어쨌는가
무한하게 멀어만 보이던 세월
게으름을 즐기고,
오락에, 유흥에, 천방지축으로 흘러보낸 세월 세월들….
오늘
코스모스 씨앗을 보고 너무 깊이 빠졌나 부다
매표소에서 인당 3600원씩 입장료를 억울하게(?:문화재는 안보는데..) 지불하고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하니 08:30
고도 900 이상은 이미 단풍이 지고 있고
아래는 아직 반반이고
중간능선에만 한창이다
그러나 성삼재길은 단풍으로 유명하지는 않다
그래도 차량과 인파는 만원
국정감사때 국립공원 입장료에 대해서 따지는 국회위원은 없나?
<주차장으로 변한 성삼재 길과 노고단을 오르는 인파들>
주차자리 겨우 차지하고 떠거운 물로 커피한잔 타서 마신다
잘 닦여진 길로 종석대에 오르니
10년전(94년 10월4일) 함께 찍은 바위가 그대로 있다
그사진은 우리집 거실에 대형으로 10년째 걸려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구?
변하는건 사람뿐이다
(산천은 의구 하되 인걸은 간곳없고…)
목표 반야봉 까지는 종석대에서 5.5킬로 성삼재에서 8.2킬로 왕복 16.4킬로
암걸령에서 한번쉬고 정상에 도착하니 11:40
꿀맛 같은 점심
단체산행이 많아서 길이 밀리기도 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산을 오른 덕분에
주차장 도착이 15:00, 총소요시간 5시간 반. 많이 발전했다
주차비 7200원
그때까지도 올라오는 차가 저아래 매표소부터 밀려 있다
이제 절대 차 타고는 안온다
<반야봉 정상에 있는 고사목>
겨울에 눈을 이고있는 모습으로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일걸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천왕봉, 20여 킬로는 더 가야 한다
월요일
“손양, 어제 단풍놀이 잘했어?”
“아뇨 구례 국도에서 막혀 3시간 서있다가 송광사로 가서 점심먹고 주암댐에서 놀았어요”
“그래? 늦게 나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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