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치기 창작방

원수를 사랑하라

김성조 2025. 2. 16. 09:25

 

교회에서 원수를 사랑하라 했다

어떻게 사랑하지

복수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부모님의 원수를 자식이 갚는 게 효도라 했는데

 

절에 다니시는 어머니는 원수를 사랑하셨다

저놈의 웬수

때려죽일 웬수 하시면서

밖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밥을 꼭 담아 놓으셨다

깡보리밥에 겨우 한 줌으로 지으신 쌀밥으로 만

 

친구에게 돈 떼이시고 만취해서 들어오시는 날

대판 싸움을 벌리고도

아침엔 해장술을 끓이시면서

저놈의 웬수 하신다

 

그런 아버지 돌아가시고

원수가 사라졌어도

어머니 인생은 행복하진 않으셨다

습관적으로 밥을 담아 놓으시곤

빌어먹을

밥그릇을 차 버리셨다

 

 

가슴에 원수 하나는 심어두어야 할까 보다

사랑을 받으려면 웬수가 되어야 되는가

퇴직금 날려먹고도

어젯밤 늦게 들어온 나를

웬수 대하듯 하는 아내는

분명 나를 사랑하는 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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