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향의 녹차 이야기
"선배님 녹차 한잔 하시죠 아주 좋은 겁니다"
40도를 오르내리는 현장에서 들어와 에어컨 앞에 머리를 디밀고 있는데
예전의 후배가 이곳 당진에서 근무 하면서 차를 내어 놓는다
다기(茶器)를 갖춘건 아니고 큰병에 함께 우려서 컵에 따랐다.
맛을 음미하니 부드러우면서 은은한 향이 예사롭지 않다
"음 이거 좋은데 차 를 아네?"
"예 이거이 유명한 우전 이라는 것입니다.곡우 지나고 처음 따는..."
"오우 차 메니아 인줄 몰랐네?"
"왜 이러십니까 저도 한때 광양에서 근무 하면서 하동이다 보성이다 하고 차밭에 많이 갔죠^^"
커피에 지린 입을 차로 은근하게 적시면서
예전 찻잎에 얽힌 황당 하지만 진한 향기가 묻어오는 오래전의 추억이 아련하게 뜨 오른다
당시만 해도 차의 대중화가 되어 있지 않아 특정인들이나 좀 여유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기호식품으로 인식 되었지만
차가 좋다는 것이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1980년대
포항서 광양으로 이사온 우리가족은 산 설고 물 설고 환경이 설은 광양에서 적응이 어려웠다
특히 아내는 지병이 있었는데 의료시설이 부족한 이곳에서 제때 치료를 못받아 몸이 더 나빠져 있었다
그 상태가 심하여 결국 수술을 하게 된다
당시 순천시내에 있는 성가롤로 병원에서 담낭제거 수술을 하며 장기간 입원을 하게 된다
나는 회사가 건설과 조업이 병행되어 한창 바쁜 시기라 회사도 병원도 비울 수 없어 작업복과 안전화를 착용한 채로 뱡원에서 자고 출근을 하곤 하였다
같은 병실에 비슷한 증상으로 입원한 환자 중에 어머니뻘 되시는 노인이 계셨는데
그래도 노인보다 아내가 더 젊었다고 몸을 쉬이 움직일 수가 있어 밤중에 노인의 수발을 자주 들어 줬는 모양인지
내가 병원에 가면 노인께서 아내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곤 했다
그 할머니는 옥곡면 수평리 마을에 살며 4 남매가 있는데 모두 객지로 나가고 막내아들과 시골에서 산다고
그리고 큰 아들은 서울서 경찰간부인데 큰 며니리가 손님처럼 한번 다녀가고 소식이 없고
둘째는 울산에 직장생활 한다는 둥 집안사정을 아내는 좌악 꿰고 있었다.
아내가 먼저 퇴원을 하고나서
통원 진료를 할 때면 할머니 병실에 한번 씩 들려 이야기를 나누고 오곤 하였다
할머니 께서 퇴원을 하시면서 시골집에 꼭 한번 오라 하여 쉬는 날 아내와 찾아 갔더니
할머니는 오래된 딸을 맞이하듯 버선발로 뛰어 나오셨다
그후로 우린 처가집에 가듯 자주 그 시골집에 들렸고 갈 때 마다 싱싱한 채소나 산나물들을 한 보따리씩 얻어오곤 했다
그리하여 할머니는 광양에서 제일 먼저 사귄 현지인이 된다
당연 그집 식구들과도 형제처럼 지내게 되어 명절이면 서로 적당한 선물을 나누곤 했지
여름 어느날 그날도 시골집을 방문하였는데
할머니께서 아내에게 보자기에 꼭 꼭 싼 아주 귀한 물건이라면 내어 놓는데
얼른 보니 무슨 나물 같았다
“이게 녹차라는 것인데 백운산에서 내가 따 왔다우”
이걸 끓여 먹으면 몸에 그리 좋다 하니 가져가서 시어른도 계시다 하니 잘 끓여 드시게나”
기쁜 마음으로 가져온 아내는 아버지께 보여 드리며
“아버님 이게 녹차라는 것인데요 이걸 끓이면 맛도 좋고 몸에 다 좋답니더”
"그걸 어떻게 먹는 것이냐?"
"주전자에 넣고 끓이면 되겠지요"
"그래...."
아내는 두되 들이 큰주전자에 생 찻잎을 모두 넣고 물이 끓도록 푹 끓였다
"아버님 다 되었어요, 한번 드셔 보세요"
아버지는 후후 불어서 한 모금 드시드니
“아가 이건 맛이 고약하다 너무 떫다 더 달여봐라”
“그럼 더 달여 볼께요”
그래서 물이 줄어 들도록 폭삭 달인 찻물은 이제 액기스가 되었다
“이제 되었나 싶네요 한번 더 드셔보시지요”
한 모금 더 하신 아버지
“우웩~ 이건 도저히 안되겠구나.
우리가 마시는 방법을 모르는 모양이구나..허허 “”
어떤 음식이던 아무리 맛이 없어도 그 표현을 안 하시는 아버지 시니 분명 아니기는 아닌 모양이다
“아까운 건데 할머니가 정말 귀한 야생것 이라 하던데….”
아낸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것을 버리고
할머니껜 참 고맙게 잘 먹었다고 전했다
다음해 인가
아내의 건강도 좋아지고 나도 회사가 정상으로 돌아가면서
여유가 생겨 여행을 하면서 보성녹차 밭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차 시음도 하고 녹차가루를 만드는 과정과 마시는 법도까지 배우게 된다
그 후 다기(茶器)도 장만하여 제법 격식을 갖추어 차 마시는 시간을 만들기도 하고
차밭을 경영하는 지인으로 부터 봄에 처음따는 고급 차와 귀한 다기를 선물 받기도 했지만
생활이라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아 먹다 만 고급차는 광양에 아직 그대로 있다.
지금은 아침에 커피가 더 땡기고
마침 커피가 몸에 안 좋다는 학설도 뒤집어 지는 세상이라 편하게 커피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그때 할머니께서 아주 귀하다고 손수 따다 준 그 야생 찻잎은 내 마음에 영원한 향기로 남는다.
2012.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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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차의 떫은 맛을 내는 카데킨 성분이 건강을 지켜주는 파수꾼 역할을 한단다.
비타민 E와 C 등 다량의 항산화 비타민이 함유되어 있는 카데킨이 노화의 원인 물질을 제거해주어 매일 10잔씩 마시면 안 마신 사람보다 평균 6살은 오래 산다고 한다.
술을 마실 때도 녹차를 곁들이면 좋다고.
녹차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 카페인 등의 성분이 간 기능을 활성화시켜 숙취와 주독을 감소시켜주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식후에 한잔씩 마시면 강력한 살균 효과가 있는 성분이 입 냄새와 충치를 예방해준다. 누런 이를 하얗게 해주는 미백 효과도 있다. 칼로리가 없고, 지방 분해 효과까지 있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그만.
비타민 C와 토코페롤이 레몬의 5~8배나 들어있는 녹차는 피부에 직접 바르면 먹는 것보다 효과가 두 배. 물이나 음료수 대신 녹차를 많이 마시면 피부를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
수렴, 진정 효과가 뛰어나 강한 햇살에 지친 피부를 회복시켜주기 때문. 피부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의 생성을 억제해 자외선에 의한 피부 노화를 막아주어 피부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카데킨이 피부에 묻어 있는 각종 오염 물질을 깨끗하게 제거해준다는 것.
모공 속에 쌓인 노폐물들을 제거해 피부 트러블이나 염증을 예방한다.
단, 찬물로 우린 녹찻물은 음료로만 복용하는게 좋다.
제대로 우려내지 않는 녹찻물은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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