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단풍의 원시림을 거닐며..(입암산-백암산 2006.11.05)

김성조 2006. 11. 6. 08:32

 

올해는 단풍이 안 곱다고 난리다

단풍이 뭐 생활용품도 아니요

빈민구제용 식용은 더 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수출용으로 외화벌이 하는것도 아닌데

이렇게 우리는

단풍이 아니 고운것 까지 걱정하는 세월이 되었다

 

윤달낀 긴 여름이,

지독한 가을 가믐과

철을 잊은 절기가 산을 애간장 테우고 있다

그래도

세월은 제갈길을 가야 하니

그냥 대충 말려서 낙엽이 되고 만다

 

설악산이 그랬고, 지리산도 그랬단다

단풍의 성지라 하는 내장산도 별수 없었다 한다

그렇다면

내장산과 한몸뚱이를 붙이고 있는 입암산이라고 어쩔 재주는 없을터

그렇지만 우리는 산이 있어 가기에 약간의 기대만하고 입암산을 향한다

 

일기예보에 비와 추위소식이 있어

하루 전날까지 해약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정보였다.

 

비?

올여름을 보내면서

이제 킬리산행과 비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이 몸에 밴지라 난 조금 의아해 했다

비가 어쨌는데....^^

 

역시 예보가 빗나간다

비도 없고, 추위는 더욱 없다

 

백양사 휴게소에는 온통 등산복입은 고객들로 북새통이다

몇년전만 하더라도

고속도로 휴게소는 다소 특권층들이 이용하는 특별한 휴게소 였건만, 이제는....

그래도 여전히 "죽겠다"는 아우성은 조금도 줄지않고 오히혀 그 종류가 다양해 졌다

 

휴게소에서 쉬는동안 약간의 비를 뿌렸으나

우리가 입산할 입암면 하부리에 도착할 쯤엔 멎었다

우리 회장님

내가 천지신명께 빌었노라고...

회장님 그런말씀은 거두소서

간절히 비를 바라는이들도 있나이다

마늘심어 놓고 싹이 안나 애태우는 농부야 당연하다 하더라도

남편혼자 산에 보내놓고

"에라잇 비나 �아져라" 하고 비는 울 마누라도 있는데요^^

 

입암산 북문을 치고 오르는 길은 초입부터 가파르다

방금내린 비가 낙엽에 젖어 그습기와 열기가 마치 여름의 그것과 같다

낙엽을 밟으면 연상되는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처럼 싸늘한 찬바람이 오히려 그립다.

 

1시간여만에 능선에 오르고 입암(笠岩:갓바위)에 오른다

아직 성곽이 잘 보존되어 있는 입암산성을 따라 끝자락에 크다란 갓을 쓴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대구 팔공산의 갓바위 부처가 입신하는자들의 기도처로 유명한데

이곳 갓바위는 그러한 영험이 없는걸까

응당 있을법한 부처상이나

아니면 무당이라도 와서 빌었을 법한 촛불터 하나 없다

그렇다면 내가 그사업을 한번 해볼까?^^

소문을 잘 내어 메스컴만 탔다하면

호남의 명문자재를 둔 마나님은 물론이요

불심깊은 부산 아지매들이 때를지어 몰려 올턴데....ㅎㅎ

 

갓바위에서 다시 북문으로 돌아나와 남문으로 향하는 계곡길이 이른바 남창계곡

백양사가 너무 유명하여 백양계곡으로 몰리니

진짜 등산객 아니면 찾는이가 없어 보존이 양호하다

그래서 그런지

단풍이 곱고 고루들어 우리는 약 4km의 단풍터널을 지나는 횡재를 하게된다

등산길도 거의 경사가 없는 평지나 다름없는 오솔길

붉다 못해 붉은 패인트를 일부러 입혀 놓은것 같은 진홍이 우리의 발길을 자주 멈추게 한다

 

남문에 이르러 역시 샛빨간 단풍나무 아래서 점심을 나누고

전대 수련원이 있는 갈림길 까지 연결된다

산행중에 삼나부 숲을 만나게 되는데

어디서 많이 본듯한 나무

이것이 삼나무 이구나

보성 다원에 멋잇게 늘어서 있는 나무

문득 영화 "러브오브 시베리아"의 숲이 생각나는데

그것은 아마도 삼나무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그영화가 다시 보고파진다

어쩌면 이숲을 걷는동안 숲속어디에서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곡이 울려 나오는듯 하다

 

전대 수련원입구에서 몽계 계곡이 있는 계곡을 타고 약 3.5km를 올라 백암산 능선에 이르게 된다

백암산 상왕봉(741.2)과 사자봉(722) 이 마주 보고있는 능선 갈림길에 오르는 길은 체력이 바닥에 이르는 14:30경, 입산하지 4시간반이 되어 하산하기 딱 적당한 시간

상왕봉을 거치는 B팀과 바로 백양사로 하산하는 A팀으로 나누는데,

46명중 31명이 A팀으로 합류한다

솔직이 체력도 바닥이지만

좀더 멋잇는 단풍의 촬영을 위해 A코스를 선택했다

 

그러나 외길 하산길은 다른 산악회 회원들로 인해 정체가 되고 있다

운문암은 통제가 되어 탐방하지 못하고

백학봉이 바라다 보이는 백양사는 그야말로 단풍속에 뭍혀 있다

개울을 막은 작은소는

붉은 단풍의 모습이 물속에서 비치어 마치 붉은 융단을 빨래후 헹구기 위해 담겨 놓은듯 하다.

 

하산주를 따로 준비하지 않고

백양사 특미인 단풍두부집에서 두부와 조껍데기 술의 조화는 기가 막히다

산행내내 앞사람 엉덩이만 바라 보았는데

비로소 술한잔 나누면서 얼굴을 익힌다

사진작가 이신 " 천상에 살리라" 님과 사진이며 글이야기를 나누고

오랫만에 참여한 "광주 날다람쥐"  님과도 옛정(?ㅋ)도 나누었다

어둠이 드리워진 호남고속도로에서는 피로가 엄습하지만

정말 행복했던 산행이었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