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연가
지난주(5.26) 조카 결혼식이 있어 울산에 갔었는데
혼주인 남동생 집이 태화강 변에 있어 저녁에 형제들과 뒷풀이를 하기위해 모이기로 하였기에
마침 배도 꺼 줄겸(?)
잘 조성되어 있는 태화강 강변길을 해질녘에 걸어봤다
50년 전 태화강을 버리고 떠나왔던 추억이 아련하다
태화강,
나에겐 그리운 첫사랑의 강이지만 우리 가족에겐 가슴에 한으로 남는 강이었다
나의 본적지 주소가 "울산시 남구 태화동 164번지"
옛날 주소로 "울산군 울산읍 태화리 164번지"
바로 태화강 가에 태어나서 태화강에서 놀고 태화강에서 목숨을 이어온 태화강 토박이 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초등학교 4학년 봄에 정든 고향을 버리고 지금의 공업단지가 된 마을로 이사를 하게 되지만
결국은 그 마을도 석유공단으로 편입되고,
나는 포항으로 광양으로 다시 당진으로 고향없는 신세가 되어 있다
6남매중 다섯 남매는 그래도 고향을 지키며 울산에서 터전을 굳히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때 어려서 태화강의 아련한 추억을 알란가 몰러…
태화강은 낙동정맥의 줄기인 울산알프스 최고봉의 가지산(1,241m) 쌀바위에서 발원하여
가지산 석남사 비구니들의 아련한 사연들을 싣고
언양벌의 청정 무공해 언양미나리를 키우고
반천, 사연 들판을 지나 범서 선바위를 돌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무거, 반탕골의 비옥한 들판을 살찌운다
남산의 그림자 드리워지는 강자락엔 은빛모래가 한없이 펼쳐 졌고
겨울밤이면 새소리가 소나기 같았던 십리 대밭은 어린 우리들에겐 모험의 세상이었고
온갖 괴담이 흘러나오는 진원지 이기도 했다
다시 물은 명주실 한 꾸리를 풀어도 닿지 않는다는 용금소에서 시퍼런 혀를 날름 그리다가
태화나루 뱃사공의 애절은 가락에 눈물도 흘리면서
삼산들에 이르러 살찐 재첩 조개를 어루만지며 울산만으로 흘러 들어간다
태화강은 유난히 물이 맑고 모래가 고왔다
그것은 해발 1,000m 이상의 비교적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100리 남짓한 짧은 이동거리에
물살이 빨라 모래 유입이 많아서 이다
어릴때 미역을 감다가 형들이 파리통으로 고기를 잡을 때나 지렁이 미끼로 낚시를 할 때 보면
마치 수족관을 보듯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곳에서 고기들의 모양을 보곤 했었다
그 결과 매해 홍수를 격는다는 것이다
하상(河上)의 높이가 들판 바닥높이 가까이 되니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금새 물이 불어 들판이 잠겼다
심할 때는 십리대밭이 잠기기도 했다
우리집은 지금의 동강병원이 있는 안동네 윗쪽에 있어 홍수피해를 직접 당하지는 않았지만
마을 입구는 물이 차서 집이 무너지기도 했다
특히 여름철 농사가 절정에 이룰 때 밀어닥친 홍수는 농사로만 사는 우리들에겐 절망의 땅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십리 대밭에서 나는 대로 죽공예품을 만들어 장에 팔기도 하고
먹(墨)을 만들기도 팔기도 했다
예전에 울산을 말하면 공업단지를 떠 올린다
그결과 급격한 인구증가와 무차별한 개발로 강은 죽어 갔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 울산을 말하라 하면 태화강을 먼저 이야기 해야 한다
그만큼 태화강은 울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강을 살리는데 성공 케이스로 모든 지자체의 본보기가 된다
강 상류에 댐을 만들어 공업용수와 홍수조절을 하고
하상의 모래를 파내어 하상을 낮추었다
강 상류의 모든 생활수 유입을 막는 조치를 하였고
강변의 농토는 모두 사들여 공원으로 꾸며 100만 울산시민들이 건강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은 물론
강의 생명을 살려 은어 및 연어등 회기어가 돌아오고
수영금지 되었던 강은 해마다 수영대회를 연다
4대강 살리기는 태화강이 모태인지도 모른다
태화강을 떠나 온지 어언 50 여년
40여호가 평화롭게 살던 마을엔 어릴적 오르던 뒷산보다 높은 아파트가 들어섰고
우리 논이 있던 들판은 아름다운 공원으로 꾸며져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흘러간 강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그 강물을 거슬러 돌아오는 연어처럼
나도 지나간 세월을 거슬러 돌아 올 수는 없을까......
2012. 5. 28
예전에 바지 벗어 머리에 이고 건너던 강은
이젠 줄 나룻배로 건널수 있다
운행시간이 오후 5시 까지라 아쉽게도 이용은 못했다
강변에서 동호인들이 섹스폰으로 태화강 연가를 부르고 있어
나는 한참동안 자리를 뜰줄 몰랐다
태화강 전망대 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내 마음 외~로워
그리운 그대 곁에 추~억이~~ 되보리~
예전에 다정했던 순간들도
이제는 꿈 되어 사라지고
타버린 노을 되어 강물 위에 흐르네
아~~아~아 추억이~
흐~르는 태화강~ 연~가
물안개 피어나는 강변을 거~닐며
밀어를 속삭이던 그~ 날은~~ 어디에~
철새들 먼 곳으로 날아가고
강변에 홀로 핀~ 들국화
애끓는 그리움이 물결 되어 떠나네
아~~아~아 돌아서~
불러보는 태화강~ 연~가
아~~아~아 돌아서~
불러보는 태화강~ 연~가
작곡,노래 윤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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