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입도 도전기 (1)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맞으니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 왠지 목울대가 울컥 막힌다
가당치도 않은 애국심 꼭 그런 거 없다 해도 나에겐 좀 맺힌 게 많다
독도 너 두고 보자 하는 오기도 있다
내 돈 떼먹고 독도까지 도망간 놈이 있는 건 아니고, 독도까지 와서 이별한 애인이 있는 것도 더욱 아니다
그런데 왜 그리 씩씩거리냐 하면 독도가 나의 입도를 걷어찼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려 네 번이나
흔히들 삼대가 공덕을 쌓아야 이룰 수 있다 하는데 사실 우리 윗대 중에 공덕을 쌓았다는 기록도 없고 구전도 없기는 하다
다만 이웃 어른들 말씀이 김달수 어른(아버지 성함) 술 안 얻어먹은 친구 없고 술도가에서 박대하는 것 못 봤다는 것을 들어보면 인덕 하나는 얻으셨지 싶은데 그것으로는 내 소원을 이루어 줄 조건이 안 되는가 보다
그렇지만 그 독도를 네 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입도하려 하는데 그 역사가 이러하다
첫 도전은 2007년 10월
포항에서 10년을 살면서 꿈 한번 못 꾸다가 광양 내려간 지 10년 만에 울릉도를 가겠다고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부산을 떨며 순천에서 단체버스에 몸을 실었다
첫 제주도 여행 때 비행기 탈 때보다 더 흥분하고 있었다
차를 오래 타거나 두 시간 정도의 배를 탈 때도 멀미한 적은 없었지만 경험자의 말을 빌리면 풍랑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는 걸 들은 적이 있어 마시고 붙이고 하며 배멀미에 대한 조치를 미리 하였더니 이미 심신은 몽롱한 상태
밤길을 달려 포항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니 영일만의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 뒤로 태양은 바닷물을 입김으로 부는 듯 뾰루퉁해 있다
파도는 엎어지고 자빠지며 자꾸자꾸 밀려오는데 어쩌자는 건지
영일만 저 멀리 먼 바다의 하얀 포말은 무얼 외치고 싶은 건지
울릉도 길을 열어 줄 건지 말 건지
바다 상황이 다소 불안한 가운데 정원 900여 명의 커다란 배 "썬플라워"는 "그까이꺼 파도 쯤이야"하며 뱃고동도 우렁차게 정시에 항구를 떠난다
자, 이제부터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아무것도 보려 하지 말자 제발 자는 잠에 울릉도에만 내려주소 간절한 맘으로 몸을 누이는데 잠이 들만 하면 덜커덩 텅, 맨땅에 봉고차 몰듯이 그 큰 배가 사람을 들었다 놓으며 잠을 깨우더니 그러기를 몇 번 출항 후 50여 분, 차분한 안내방송
"승객 여러분께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울릉도 앞바다의 풍랑이 심하여 이 배 회항합니다. 즐거운 여행길이 되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배 안이 술렁술렁 하지만 어쩌랴 차라리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죽을 고생하여 들어갔다가 못 나오면 그 또한 낭패가 아닌가 흔히들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안 뜬다고 항의 소동을 하는 것을 더러 봤는데 이 배는 의외로 차분하다
900명이면 운임만 대충 때려봐도 4,000여 만원, 운항한 비용에 기름값까지... 에휴
참으로 갑갑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아니 이 문명한 세상에 통신이 없냐 아니면 선진국 버금가는 기상예보기술도 있다면서 어찌 출발 전에 알아보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도 해 보지만 선사(船社) 측이야 오죽하랴 싶어서 참는다
그나저나 새벽에 잠 못 자고 달려왔는데, 차비만 날리고 돌아가야 하나?
이왕 나선 길 그해는 국내여행으로 돌렸다
그로부터 몇 년 후 2013년 5월
나는 광양을 떠나 당진에서 일을 하면서 다시 도전했다
대전서 출발하는 관광회사 패키지 상품인데 둘이 가기에는 불편이 없었다
천안에서 버스를 타고 두 시간 반 만에 강릉에 도착하니 또다시 비가 오고 날씨가 불안하여 그때 실패가 떠 오른다
이번에야 그런 착오는 없겠지 하는 기대를 걸며 일단 배는 출발
파도가 제법 일어났지만 배가 커서 그런지 견딜 만했다
강릉서 두 시간 반 예정된 쾌속선인데 3시간 여 만에 저동항에 도착했다
그땐 울릉도엔 두 곳의 항구가 있었는데 도동과 저동이다
도동은 먼저 생긴 곳이라 행정 중심이며 포항에서 오는 배가 주로 입항하는 곳인데 항구가 좁고 인위적으로 넓힐 만한 여건이 안되어 늘어가는 선사를 받아들이려고 저동항을 개발했다 원래 오징어잡이 배들의 집결지인 어항인데 강릉 등에서 오는 여객선이 입항하는 곳이다
저동항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에 오래된 큰 후박나무가 있는데 과거 박정희 장군이 전역 후 대통령 출마 시 이 나무 아래서 유세를 하였다 하여 기념비적으로 가꾼다 한다
모든 여행객들은 아침이면 이 나무 아래에 모여 각 코스별 인솔자가 데리고 간다 마치 일용직 인력사무소 집결지처럼...^^
울릉도 여행은 육지에서 패키지로 오더라도 육지에서 배 태워 띄우는 것까지 하고 섬에 내리면 섬의 여행사에서 받은 옵션대로 책임지고 돌린다
대개가 2박 3일인데 숙박과 조반 중식 2식을 제공하고 석식은 자유매식이다
제공되는 식사는 단체손님을 받을 대형식당이 없으니 여러 식당으로 나누어 분배했다
식사의 질은 물산이 귀하니 그 정도를 감안하라고 한다
석식은 현지 수산물 노천시장에서 알아서 드시라는 것 그래야 울릉도 경제도 살리고 여행객의 재미도 살리고
둘째 날 아침에 들어오는 배를 받아서 바로 독도로 향했다
가슴이 벌써 뛴다
울릉도 동남쪽 80여 킬로미터 뱃길따라 2백리 출발한 지 1 시간 반 여 만에 멀리 독도가 보이고 선내에서는 독도 관련 영상이 방영되며 "독도는 우리땅" 노래가 흘러나오니 선내 관광객 모두가 함께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고 젊은이들이 독도 율동을 시작하여 분위기는 가슴 뭉클하게 끌어올려 어떤 이는 눈물까지 훔친다
섬에 건설한 접안장이 보이고 배가 서서히 다가가니 일렬로 서서 거수경례를 붙이고 있는 전경들의 모습에 진짜로 찡하다
그런데 갑자기 장내 방송
‘독도 접안 도크에 너울성 파도가 심하여 접안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다시 한번 시도 해 보겠다 하더니 그러기를 세 번 만에 역시 불가하다는 안내
장내에는 실망의 소리가 크지만 안전을 위한다는데 어찌하랴 독도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한다
모두 선실 밖으로 나와 갈매기들의 환호만 받으며 돌아가는 뱃머리는 정말 아쉬웠다
독도 너 꼼짝마라 반드시 너를 올라타고 말 거다
그러고 나서 이젠 모든 업에서 은퇴한 2019년 10월
있는 건 시간이니 이번엔 형제들끼리 독도 가자고 차곡차곡 돈도 모으고 계획도 세워 이번엔 진짜다 하고 흥분해 있었는데 출발 하루 전에 기상악화로 운항이 취소되어 이왕 낸 휴가를 국내 여행으로 돌렸다
가을 바다는 믿을 수가 없으므로 내년 봄에 꼭 가자고 날짜까지 잡아 놨는데
그놈의 코로나19 팬데믹, 몇 달 안에 끝날 줄 알았던 그놈은 2년을 더 우리를 묶어 놨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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