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22년 5월
2007년부터 시도된 나의 독도 입도는 15년이 지나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4번의 거부를 당한 끝에 2022년 5월 8일 코로나로부터 여행 규제가 풀리자마자 스케쥴을 잡았으나 주말 낀 일정은 모두 동이 나고 평일에 그것도 신생항 경북 울진의 후포항 출발이 있었다
후포항에서 아침 8시 출발이니 광양에 있는 나는 하루 전에 출발하여 후포에서 일박을 하고 일행인 형제들과 합류한다 어쨌던 간다
후포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대형선으로 탑승객 500여 명 만선이었다
다행히 날씨도 좋고 바다도 잔잔하여 2시간 반 만에 울릉도 신설 항인 사동항에 도착
사동항은 섬의 남쪽에 있는 항으로 기존 도동이나 저동이 협소하여 대형화되고 해마다 늘어나는 선사를 수용할 수 없어 신설한 항구다 또한 사동항엔 2025년 준공목표로 비행장까지 건설 중이니 앞으로 크게 확장될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예의 울릉도 섬 여행사에서 피켓을 들고 호객을 하는데 정신없이 따라가 보니 딱 버스 한 대 정원 만큼 인원(38명)을 모아 난전에서 큰소리로 여행 일정을 설명한다
두 번 말 안 하니 잘못 들어 낙오하면 책임 없다며 마치 논산훈련소 신병 다루듯이 몰아쳤다
2박3일 울릉도 내에서 일정은 이 버스 한 대가 팀이 되어 움직인다
첫 일정이 우리가 타고 온 배로 독도부터 갈 것이니 각자 점심을 해결하고 30분 후에 터미널로 와서 승선을 하란다
독도 선표와 소형 태극기를 나누어 주고 짐은 배정된 버스에 보관했다
원래 여행사 스케쥴에는 도착하면 점심을 제공받고 섬 내 관광을 하는 걸로 되어 있었는데 현지 사정으로 독도관광을 먼저 하기로 한단다 그렇담 더욱 좋다 고대하던 독도 입도라니
사동항 구역 내에 있는 식당에서 나물 뷔페로 후다닥 점심을 해결하고 독도 행 승선(여기서 먹은 식사가 울릉도 내에서 먹은 식사 중 가장 으뜸이었음) 했다
독도행 바다는 아침에 올 때보다 파랑이 다소 일기는 했지만 배가 크니 안심은 된다
1시간 여 달린 후 독도의 실루엣이 보이자 장내 방송과 함께 독도관련 영상을 틀어 주고 노래도 나온다 선내가 술렁술렁
뱃전에 부딪치는 포말로 인해 흐린 창으로 폰을 들이대고 있으니 그 마음들이 오죽하랴 싶다
나에겐 이미 익숙한 상황
아직 모른다 제발 이번만은 하는 간절함으로 침착하게 기다렸다
접안을 시도하며 장내방송 ‘배가 완전히 접안하여 하선 지시가 있을 때까지 자리에서 기다려 달라‘한다 그러나 승객 모두는 일어서서 출입구 쪽으로 모여 있다
드디어 입도
독도 경비단 해경들이 일렬로 서서 거수경례를 붙이고 부동자세로 맞이했다
아~ 독도 너를 밟아본다 그리고 입맞춤
독도의 신주소는 독도 이사부길1- 69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15년을 기다렸다 나의 버킷리스트에서 한 줄 지운다
그런데 작은 섬에 그것도 겨우 마련한 부두에 500여 명이나 부려 놓으니 사람이 가득하여 장터 같은 섬이 되었다 독도 본토박이 갈매기들이 어리둥절해 한다
정박시간은 30분 사람들은 사진 찍기에 필사적이다
눈을 조금만 위로 들면 하늘도 유난히 청명하여 독도의 자태가 가히 눈부시어 인파 속에 우뚝 선 거인의 모습처럼 장엄하고 위엄이 있어 보인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 그리고 독립된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방문객이 허용된 구간은 동도의 인공으로 만든 부두뿐이라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독립된 바위는 다 이름이 있다 상장군 바위, 지네바위, 군함바위, 촛대바위, 넙덕바위, 코끼리 바위, 독립문바위 등등
수 만 년을 지켜왔을 우리 땅
촛대바위는 그 자체가 촛불같이 위엄있게 타오르고 있었다
물속은 또 어떤가 마치 수족관을 들여다보듯 맑다
저 물속에서 잡은 진짜 독도새우나 해삼 한 점에 소주 한 잔 하면 화룡점정일 거라는 속된 생각도 해 본다
허용된 시간이 후딱 가고 출발 신호가 울려 아쉬움과 만족감이 교차한 채로 전경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간다
4번의 도전 끝에 이룬 꿈이라서 그런지 짧은 만남이 다소 허무하기는 하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멀리서 바라볼 때가 더 좋은가 보다
아무리 만남 자체가 간절했다 하더라도 하룻밤 묵기는 바라지도 못하겠지만 바위에 걸터앉아 맥주라도 한 캔 깠어야 했으면 맘이 좀 충족했을까 싶다
그래도 돌아오는 배 안은 모두 밝다
독도 봤으니 다 봤다는 기분으로 앞으로의 여정은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 듯 오늘 저녁 자유매식 때 무얼 먹을지에 관심이 더 간다
사동항에 돌아온 후 지정된 버스를 타고 저동으로 넘어가서 숙소를 배정받는다
사동항에도 숙박시설이 들어서기는 하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고 여행사에서 제공되는 숙소는 저동이 만만한가 보다
숙소 형태는 소규모 민박 수준으로 분산 배정을 받는다 모텔도 물론 있다
다행히 우리 형제들은 한 집에 배정을 받았는데 내부가 깔끔하고 당초 여행사에서 공지한 열악한 수준은 아니었다
울릉도 숙소에서 다행인 것은 물이 좋고 풍족하다는 것이다
울릉도가 거대한 화산섬으로 평지도 없고 계곡도 없으니 물이 없을 것 같지만 일년 내내 물이 쏟아지는 봉래폭포가 있다
해발 350 정도에서 하루 약3000 톤 정도 분출되는데 울릉도에서 쓰고 남는 양일 뿐 아니라 수질 또한 1급수이다
대개의 화산은 폭발 후 분화구가 생기며 그곳에 물이 고이는 것을 칼데라 호수라 하는데 백두산 천지가 그 예다
울릉도에도 칼데라 호수가 있었는데 호수 위가 덮여 있어 분지가 되었고 그곳이 나리분지이다
즉 분지 아래 호수가 있는 셈이다 비 올 때 모인 물을 일년내내 공급받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첫날 저녁은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하고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예의 그 후박나무 아래 만남의 광장에 모여 각 코스별로 나누어 섬내 관광을 나섰다
섬 내 관광이라면 1963년 착공 후 59년 만인 22년 3월 28일 최종 개통된 총 연장 45km의 섬 일주도로를 따라 섬의 모습을 보는 것이며, 나리분지에 올라 그곳 특산물인 삼나물(눈개승마)무침에 씨껍데기 술(막걸리) 한 잔은 빼 놀 수 없는 멋이다 (제주도에서 조껍데기 술을 먹었지 아마.)
버스 기사는 예전과 달리 해설이 무척 유들유들하고 능청스러웠으며 운행 중 호박엿 공장이나 마른오징어 매장에 들려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여행 간다고 자녀들에게 다소 지원을 받은 우리 부모들은 자녀선물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알고 하는 것이겠지만
저녁엔 자유매식을 위해 아예 수산물 종합매장에 내려 준다
예전엔 난전에서 다라이에 넣은 수산물을 직접 골라 바닷가 나무 탁자에 앉아 파도와 갈매기를 동무 삼아 술 한 잔 기울이는 멋도 있었는데 지금은 건물을 지어 수용하여 1층에서 주문하고 2층에서 먹는 육지의 일반 회센터 형식이라 분위기는 다소 덜한 것 같다
독도에 다녀왔으니 당연히 독도새우를 맛봐야 한다지만 한 마리 6,000원이나 하는 새우를 기념으로 두 마리씩만 고루 나누어 받는다
울릉도라고 횟거리를 다 현지조달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더러는 육지에서 공급받는다고 한다
아무렴 어떠랴 우리는 독도를 다녀왔는데
다음날은 선택 관광으로 울릉 일주 선상 관광을 하고 도동에서 저동 간 해안산책로를 걷는 것으로 일정 종료 오후 4시 출항하여 다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육지로 향했다
내 생에 다시 한번 독도에 갈 날은 없을 것 같은 생각 속에 눈을 감으니 그 모습 더욱 선명히 떠오르며 큰 군함 같은 모습으로 바다 위를 두둥실 떠 올라 우리가 가는 배를 따라오고 있어 나는 자주 돌아다 봤다.
그래 굳건히 잘 있어야 한다
일본이 뭐라 하던 말던 너는 대한민국 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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